전쟁뿐인 전쟁
나는 원래 겁이 많았다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자는 것이
부끄럽지 않던 시절부터 겁이 많았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두려워 잠들지 못하고
한껏 예민해진 청각은 버릇 같은 불면을 부추겼다
밤이 되면 온몸의 감각들이 더 선명해져
내 숨소리마저 소음이 되었다
엄마나 아빠와 자는 것이
부끄러운 나이가 되어버린 후에도
여전히 나의 밤은 시끄럽다
낡은 것들은 시끄럽다
가난한 것 또한 소란스럽다.
늙고 낡은 집이 밤마다 비명을 지른다
가난함이 두려움을 이겼다
지지 않고 같이 비명을 지른다
여전히 나의 숨소리마저 소음이다
정말이지 낡고 가난한 싸움이다
패자뿐인 우습고 가난한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