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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m Aug 03. 2021

감자도 주연이 될 수 있다고요

채식레시피



 감자수프와 감자스테이크 그리고 감자프라이
 3층 감자요리



 

 자고로 여름은 구황작물의 계절이다. 감자와 옥수수, 고구마가 제철이고 엄마가 한솥 가득 삶아 식탁 위에 올려놓으면 달달하게 혹은 간간하게 간이 되어 여물지 못한 우리의 손길을 기다렸던 감자나 옥수수의 추억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어릴 적 우리 집은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와 잘 익은 감자, 옥수수 그리고 시원한 보리차 한잔이면 다른 여름 간식이 필요 없었다. 사실 나는 어릴 적부터 가리는 것 없이 먹성이 참 좋기도 했다. 그중 여름의 감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자 가끔은 식사였는데 감자 자체를 아주 좋아했던 것 같다. 시골 가는 길에 들리는 휴게소에선 소시지나 떡꼬치보단 통감자구이를 꼭 먹어야 했고 엄마의 감자볶음이나 감자 고추장찌개도 정말 좋아했다.



 성인이 되며 감자보단 고구마가 GI지수가 낮아 고구마를  즐겨 먹고 혼자 살게 되니 한번 사면 양도 많고 껍질 까기가 귀찮아  먹지 않게 되었다. 얼마  감자가 들어간 요리를  일이 있어 고민하다가 구매한   많은 감자들을 어찌하나 생각하다 감자 파티를 열기로 했다. ‘감자수프 하고 감자랑 흰콩을 섞어 패티 비슷할걸 만들고..’ 머릿속으로 레시피를 그려내며 감자를 삶다가 다른 사람들의 레시피가 궁금해져 인터넷에 염탐을 했다. ‘감자요리라고 검색하자 엄청난 양의 레시피들이 쏟아져 나왔고   둘러본  레시피들의 공통점을 찾았다.



 보통 감자를 ‘조연’으로 준비하는 레시피였다. 가니쉬로 매쉬포테이토나 반찬으로 감자볶음, 감자조림 등등 비약이지만 어릴 적 절친이었던 나의 감자가 하대 받는 모양을 보고 괜히 내가 서운해져 오늘은 주인공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연은 감자다. 감자에게 주연도 조연도 모두 맡기려고 비장하게 삶았다.



 


감자수프


재료

감자 3개, 양파 1/2개 두유 190ml, 후추, 소금, 야채 스톡, 소금, 후추, 올리브유


How to make


1. 채 썬 양파를 올리브유에 볶아준다. 단맛을 위해 적당히 카라멜라이징을 시킨다.

2. 감자를 썰어 넣고 볶다가 물 300ml와 야채 스톡(대파와 당근채수 혹은 천연조미료도 좋아요)을 넣고 감자가 익을 때까지 끓인다.

3. 감자가 익으면 두유를 붓고 핸드블랜더나 믹서기로 갈아준다.

4. 냄비에서 약불로 다시 끓이며 소금으로 간을 한다. 취향에 따라 끓이며 농도를 맞추고 후추를 톡톡 뿌리면 완성


 

 곱게 갈지 않고 오래 끓였더니 되직한 스타일의 퓌레 같은 수프를 완성했다. 원래 묽은 것보단 밀도가 높은 수프를 좋아해서 괜찮았다. 조림용으로 작은 감자를 사용했기 때문에 감자 크기가 크다면 2개만 사용해도 충분하다.





감자 스테이크


재료

감자 2개, 양파 1/3개, 표고버섯 약간, 흰 강낭콩 4큰술, 통조림 옥수수 3큰술, 유부, 후추, 간장


How to make


1. 삶은 감자를 으깨준다.

2. 양파와 버섯을 잘게 채 썰어 넣고 익힌 흰 강낭콩과 통조림 옥수수도 넣어 섞어준다. 간장 반 스푼과 취향껏 후추도 톡톡 뿌려준다.

3. 야채와 섞은 감자를 유부에 눌러 담는다. 유부가 빵빵 해지도록 눌러 담아 2개가 만들어지면 감자가 있는 쪽으로 붙여 네모난 모양으로 만들어준다. 감자에 찰기가 있어 모양이 잘 잡힌다.

4. 프라이팬에 5분 정도 익혀준다. 뒤집을 때는 분리되지 않게 조심히 앞뒤로 구워주면 완성



 함박스테이크의 감자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흰 강낭콩을 잔뜩 삶아 냉동 보관한 것이 있어서 함께 넣었는데 검은콩이나 그냥 강낭콩을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버섯의 종류는 크게 상관없고 취향에 따라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도 좋다. 유부로 감싸주어 감자가 잘 부서지지 않고 유부에 달짝지근하게 간이 되어 있어 감자와 잘 어울린다.



 

 사실 이 요리의 가장 윗부분에 있는 감자는 장식용으로 만든 감자 프라이인데 수프와 스테이크 모두 식감이 부드러워 상대적으로 단단한 감자 프라이가 잘 어울렸다. 껍질째의 감자를 1/3 정도 잘라 끝까지 자르지 않고 칼집을 아코디언으로 낸 후 프라이팬에 잘 익혀주면 된다. 적당히 익힌 후 온도를 높여 겉 부분은 바삭하게 튀겨주면 되고 기름을 털어내고 식힌 후에 잎채소나 아보카도 같은 것들을 사이사이에 끼워 장식하면 된다.



 너무 오래 끓여 퓌레 같아진 수프는 식고 나니 더 되직해져 병아리콩 디핑소스인 후무스 같은 느낌도 들었다. 통밀빵에 찍어 먹으니 잘 어울려 오히려 잘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주인공을 위해 여름이라 치워버렸던 식탁보도 꺼내고 요리하는 동안 해가 져버려 조명도 켰다. 역시 레드카펫은 밤에 더 빛나는 법이다. 오늘 식탁 위 대상인 감자에게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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