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
감자 패티를 넣은 반미 샌드위치
8월의 아침은 눈부시다.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햇빛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창밖을 보며 ‘와 진짜 여름 날씨네’ 하고 생각하며 쨍한 햇살을 만끽하지만 오후가 되면 먹구름이 끼며 비가 또 한바탕 쏟아지고 저녁노을이 질 때쯤엔 퍼부은 비에 사과라도 하듯 잠시 예쁜 하늘을 보여주기도 한다.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날씨다. 이사 후 맞는 첫여름이라 그런지 날씨 때문인지 올해 여름은 왠지 더 생경하다. 매해 새로운 계절이 태어나는것같다. 같지만 다른 계절은 때에 맞춰 돌아오는데도 언젠가부터 모든 계절들이 낯설다. 하지만 나이가 먹어감에 사소한 지혜는 쌓인다. 봄옷은 얼마 못 입게 되니 잘 사지 않게 되고 여름옷은 자주 물세탁을 해서 상하기 쉬우니 여름세일을 노리게 된다. 가을 옷은 레이어드가 가능해 겨울까지 입을 수 있는 제품에 눈이 가고 겨울옷은 소재를 더 따지게 되었다. 여전히 패션엔 관심이 많지만 의류 지출이 20대에 비해 눈에 띄게 줄고 식비가 늘었다. 예쁘게 입는 것도 좋지만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이 주는 행복을 알아버렸다.
올여름도 결국 여름옷을 몇 개 사지 않았다.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시국에 출근만 하고 나면 에어컨 때문에 냉방병 걸리기 딱 좋은 환경이기에 막상 일할 때는 얇은 소재의 긴팔을 많이 입는다. 옷은 몇 개 사지 않아도 장은 일주일에 두세 번을 보는 나의 소비패턴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제철 옷보다는 제철과일을 더 자주 만난다. 이렇게 여름과일을 주에 한두 번 만나다 보면 또 금세 여름은 이제 자신도 지쳤다며 그 자리에 가을을 데려다 놓을 것이다. 벌써 밤이 되면 더위가 조금 가신다. 딱 한번 가본 보라카이에서의 저녁이 생각나는 날씨다. 하늘이 참 예뻤고 자주 비가 왔다. 추억이라고도 부르고 싶지 않은 여행의 기억을 가진 곳이지만 풍경만큼은 너무 예뻐 다음엔 꼭 좋은 사람들과 다시 오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쌀국수, 팟타이, 타코, 브리또, 후무스, 팔라펠 생각해보면 여름이 생각나는 나라의 음식들을 유독 좋아하는 것 같다. 오늘 레시피에 등장할 반미를 처음 먹었을 때도 어느 여름이었고 현지인이 하는 가게에서 한입 먹고는 눈이 번쩍 떠져 “나는 정말 동남아에 가서 살아야겠어” 하고 친구에게 말했었다. 그 후로 반미도 나의 힐링푸드 리스트에 오르게 되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종종 찾게 된다. 여름이 시들어간다. 얼마 남지 않은 여름 동안 부지런히 여름의 힐링푸드를 즐겨야겠다.
감자 패티
재료
감자 1개, 양파 1/4, 표고버섯 약간, 통조림 옥수수 한 큰 술, 피시소스 1 티스푼, 스리라차 소스 1 티스푼, 간장 1 티스푼, 후추 약간
How to make
1. 감자를 삶는 동안 양파와 버섯을 잘게 다져준다.
2. 다진 야채를 2분 정도 살짝 볶아준다.
3. 삶은 감자를 으깬 후 볶은 야채와 함께 섞는다.
4. 통조림 옥수수, 간장, 스리라차 소스, 피시소스(액젓 대체 가능)와 후추를 톡톡 넣고 잘 버무린다.
5. 모양을 바게트 사이즈로 만들어 팬에 노릇하게 구워주면 완성
반미는 보통 돼지고기나 닭고기,새우등을 사용하지만 채식레시피이기에 감자로 대체했다. 해쉬브라운을 만드는 방법과 비슷한데 거기에 피시소스를 넣어 반미와 잘 어울리게 만들었다. 취향에 맞춰 피시소스는 가감해도 좋다. 패티가 완성되었으니 이제 반미를 만들어보자
반미 샌드위치
재료
반미 바게트, 청상추, 당근 1/3, 무 약간, 오이 반개, 양파 1/4, 고수 약간
스프레드 소스용
스리라차 소스 한 스푼 , 마요네즈 두 스푼, 설탕 1 티스푼, 피시소스 1 티스푼
How to make
먼저 만들기 - 스프레드 소스
스리라차 소스, 마요네즈, 설탕, 피시소스를 섞어 빵에 바를 스프레드 소스를 만들어 준다.
먼저 만들기 - 무 당근 절임
무와 당근을 채 썰어 식초 50ml, 설탕 50ml, 소금 1 티스푼을 넣어 끓인 후 채썬야채에 부어주고 30분 정도 담가놓는다. 번거롭다면 쌈무로 대체 가능하다.
반미 만들기
1. 반미 바게트를 반으로 잘라준다. 끝까지 자르지 않아도 되고 반으로 컷팅해도 된다. 에어프라이어나 오븐으로 살짝 구워 준비한다.
3. 반미 바게트의 안쪽에 만들어 둔 스프레드 소스를 골고루 펴 발라준다.
4. 청상추를 올리고 물기를 꼭 짠 무 당근 절임을 올린다. 감자 패티, 양파, 오이 , 고수 차례대로 올려 잘 포개어 주면 완성
취향에 따라 채소를 가감해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반미는 무 당근 절임이 듬뿍 들어가야 맛있는 것 같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무를 사기가 부담스러워 쌈무를 넣어 도전했는데 원래 반미에 들어가는 무절임과 비슷한 맛이어서 웃음이 났다. 종종 반미를 만들 때 쌈무를 이용해야겠다.
하는 김에 더 해보기 - 양배추 샐러드
남은 오이, 당근, 양파와 양배추를 채 썰고 설탕 반 스푼, 피시소스 반 스푼, 다진 마늘 한 스푼, 식초 한 스푼을 넣고 버무리면 간편한 샐러드가 완성된다. 피시소스의 감칠맛이 파파야 샐러드인 솜땀과 비슷한 느낌이 났다. 양배추의 심지 부분을 사용해서 더 그런 것 같았다. 남은 재료를 대충 버무린 것뿐인데 노력 대비 상당히 맛있는 요리가 탄생했다. 반미와도 잘어울렸고 나중에 월남쌈이나 쌀국수를 만들때도 함께 하면 좋을것같다.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오이가 없어 집 근처 마트에 사러 가는 그새를 못 참고 또 비가 한두 방울 떨어졌다. 집에 와서 요리를 하고 사진을 찍을 때까지 날이 흐려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는데 샌드위치를 한입 먹고 나니 또 금세 해가 쨍쨍이다. 이미 먹어버려 사진을 다시 찍을 수 없으니 잠시 눈썹을 들썩이다 ‘흐린 날의 분위기도 감성 있지’ 하고는 다시 반미에게 몰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