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렸노라고
와, 공이 굴러가는 줄 알았네
당신이 내게 한 유일한 칭찬이었다
조용하고 예민한 딸이 그린 그림을 보면
아주 가끔 당신은 유일하게 칭찬을 했다
어찌 그리 그렸냐고
그림을 그릴 땐 행복하냐고
혹시 슬퍼서 그림을 그리느냐고
당신은 묻지 않았다
그저 그림을 그려 받아온 상장들을
조용히 파일에 한장 두장 끼워놓았다
마치 태어나서 칭찬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어설픈 박수를 보내면
태어나서 칭찬을 처음 받는 사람처럼
쑥스러운 그 말이 좋고 싫었던 나는
대답 없이 입술을 깨물고 그림을 그렸다
나의 그림엔 미래가 없음을 깨닫고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며
스케치북을 덮었지만
얼마 못가 다시 스케치북을 펼쳤다
괴로우면 그리고 고통스러우면 그렸다
아직도 가끔 스케치북에 꽃을 피워낸다
이젠 없는 당신이 다가와 묻는다
혹시 어딘가 아파서 그림을 그렸냐고
그럼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그림을 그렸으니
당신이 꿈에라도 칭찬해줄 것만 같아서
그래서 그림을 그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