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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m Aug 07. 2021

똑똑, 두부세요? 들어오세요

채식레시피



 고소한 콩비지 면두부 파스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닭발마저 잘 먹었던 내가 어릴 적 유일하게 편식한 음식은 콩이었다. 지금은 콩이 왜 싫었는지 유년시절의 나를 이해할 수가 없지만 엄마가 콩밥을 해서 밥그릇에 덜어주면 콩이 많은 쪽은 슬쩍 다시 밥솥으로 덜어 넣고 급식에 콩밥이 나오면 몇 개씩은 꼭 골라냈다. 양심은 있어서 아예 안 먹진 않고 다섯 개 중에 세 개씩은 먹던가 골라놨다가 한 번에 약을 먹듯이 먹었다. 그때도 음식을 버리는 건 좀 어려워했다. 콩과의 관계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한 기회로 개선되며 콩의 맛을 알아버렸다. 고등학교에서 친해진 같은 반 친구와 점심시간에 마주 보고 급식을 먹는데 친구가 콩을 골라내는 나를 보고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가리는 거 없이 잘 먹는 내가 콩을 골라내니 왜 먹지 않냐고 물었다. 이상하게 콩은 좀 힘들다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은 건강에 좋다는 건 다 먹는다고 했다. 나를 타박하는 말투도 아니었고 그냥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17살의 청소년의 입에서는 듣기 어려운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긴 나는 인터넷에 ‘콩의 효능’이라고 검색을 해보았다. 식물성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콩에는 이소플라본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에스트로겐의 역할을 해서 여성에게 좋다는 검색 결과를 얻었다. 그 후 나는 콩을 골라내지 않고 먹었고 두부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음식을 먹을 때나 식재료를 구매할 때 식재료의 효능에 대해 검색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꼭 몸에 이롭다고 해서 먹는 건 아니지만 내가 먹는 것들이 내 몸에 들어가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게 되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렇게 싫어했던 콩과 친해지며 여름 콩국수의 맛도 알 수 있게 되었으니 인생의 맛을 하나 더 알게 된 셈이다.



 얼마 전 장을 보다가 문득 콩비지가 눈에 띄었다. 엄마의 콩비지찌개가 생각나 냉큼 사 왔지만 다음날 배송 온 면 두부를 정리하다가 항로를 급우회 했다. 오랜만에 고소한 콩비지 파스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신이 난 걸음으로 편의점에 두유를 사러 갔다.



 


 

 

재료

 콩비지 200g, 두유 100ml,  두부 1, 버섯  , 브로콜리 약간, 애호박 1/4, 양파 1/4, 홍고추 약간, 소금 후추 약간

 

How to make


 1. 팬에 올리브유를 살짝 두르고 썰어둔 양파와 버섯, 애호박, 브로콜리를 넣고 볶는다.

2. 양파가 투명해지면 콩비지를 넣고 섞다가 두유를 붓고 홍고추도 넣어 끓인다.취향껏 두유로 농도를 맞춘다.

3. 보글보글 끓으면 면 두부를 넣고 소금, 후추를 취향껏 톡톡 뿌려 간을 한다.

4. 면 두부는 오래 익힐 필요가 없기 때문에 2분 정도 중불에서 저으며 끓이면 완성



 크림 파스타 같은 느낌을 더 내고 싶다면 취향껏 치즈를 한두 장 넣어도 좋고 야채와 함께 김치를 약간 볶아서 한다면 한식 스타일의 파스타가 될 것 같다. 완성된 비지 파스타는 따듯한 콩국수 같기도 하고 담백한 크림 파스타 같기도 하다. 간단한 조리방법과 속이 편한 순한 맛으로 아침식사나 브런치로 좋은 메뉴다. 콩비지에 면 두부, 두유까지 콩으로 만든 음식들이 만나 또 다른 음식이 되었다. 콩은 스케치북처럼 하얘서 그런가 그리는대로 그려진다. 면 두부는 요즘 참 애정 하는 재료인데 식감도 부드럽고 파스타면처럼 따로 익힐 필요가 없어 정말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면 두부가 배송 왔다는 문자가 오면 나는 버선발로 뛰어나가 언제나 어서 오라며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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