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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m Oct 07. 2021

쫄면과 잡채 사이, 채소 들깨 무침

채식 레시피

 


 출근은 싫지만 도시락은 좋아




 코로나의 여파로 일이 많이 줄었다. 사람을 만나서 일을 해야 하는 프리랜서에게도 잔인한 시국이다. 일 년 정도를 적당히 버티다 결국 한 달에 12일 정도 간헐적 근무를 하는 곳에 프리랜서로 계약을 했다. 본래 내가 일하는 방식과 다르게 9시간 꼬박 근무를 하니 스페어라고 해야 할지 출근 덜한 직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거의 6년 만에 한 곳으로 자주 같은 시간에 출근을 한다는 건 생각만큼 피곤한 일이었다. 쉬는 날에도 본업을 놓치지 않으려 조바심 나게 일을 하다 보니 몇주째 하루도 쉬지 못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염증이 잘 났지 않기도 했다. 출근하고 퇴근하고 운동하고 나면 하루가 다 가기 때문에 운동시간도 줄이고 틈틈이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아무리 바빠도 포기할 수 없는 건 식사와 운동, 그리고 병원 방문이다. 그중 끼니 해결과 운동은 매일 하는 것이라서 더 어려웠다. 매일 출근을 하면서 하루 세끼를 다 내 손으로 해 먹는 건 조금은 욕심이었나 싶어졌다. 아침을 해 먹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저녁을 또 해 먹고 운동하고 도시락을 싸니 하루가 다 갔다. 점점 편의점 샐러드에 의지하는 날이 생기고 입맛도 잃어갔다. 세상에나, 내가 식사를 꽤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끼니를 대충 때우니 점점 인생에 흥미도 잃어갔다. 인생에 흥미를 잃은 건 편의점 도시락이라는 이유뿐만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나를 살게 하는 것들이 급속도로 사라져 간 것은 확실했다. 책을 읽지도, 글을 쓰지도, 춤을 추지도 못하고 친구도 못 만나는데 대체 무슨 재미로 살아야 하나 싶은 순간이 많아졌다. 일을 좋아서 하던 사람인데 일의 형식이 달라져 이렇게 노잼일 수가 없었다. 잠시 우울과 무상의 시기를 겪고 난 후 다시 회복을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애쓰는 중이다. 자고로 사랑하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야 마음의 안전지대가 많아지는 법이니까.



그래서 들깨가루를 주문했다. 뜬금없이 왜 들깨가루냐면 한동안 입맛을 잃어버려 먹고 싶은 게 없어진 나에게 제발 먹고 싶은 것 좀 얘기하라고 다그친 결과 들깨가 듬뿍 들어간 요리라는 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가게의 일명 백 쫄면이라는 들깨 쫄면 메뉴가 있는데 그런 비슷한 걸 이야기하는 듯했다. 백순대, 백 쫄면, 들깨가루가 들어간 요리들은 다 하얗다는 이름을 붙이는 걸까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들깨가루를 개봉했다. 오랜만에 맡은 들깨 냄새는 웬만한 향수보다 향기로웠다. 밤 10시, 채소를 썰고 버섯을 데치며 요리를 시작했다.





 


재료

목이버섯 한 줌, 느타리버섯 한 줌, 당근 반개, 양파 반개, 청홍고추 하나씩, 양배추 약간, 숙주나물 한 줌, 들깻가루 두 스푼 , 간장 한 스푼, 올리고당 한 스푼, 식초 한 스푼, 들기름 작은 스푼, 통깨 약간


 How to make


1. 목이버섯은 물에 담게 불려준다.

2. 당근, 고추, 양배추, 양파를 얇게 썰고 양파는 찬물에 담가 매운 기를 빼준다.

2. 불러놓았던 목이버섯과 느타리버섯, 숙주나물을 프라이팬에 볶아 익힌다.

4. 익힌 버섯과 썰어놓은 채소들을 용량의 양념을 넣고 버무려준다. 취향껏 재료를 가감하면 된다.


들깨 무침 쌈 두부 말이

라이스페이퍼 한 장과 쌈 두부 한 장 위에 깻잎을 올리고 만들어둔 들깨 무침을 올려 월남쌈을 싸듯 예쁘게 말아준다.




 재료를 잘 썰기만 하면 비교적 간단한 요리로 입맛 없을 때 먹기 좋은 음식인 것 같다. 다음날 아침에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서 전날 만들어 두었던 들깨 무침을 쌈 두부와 라이스페이퍼를 이용해 돌돌 말아 도시락통에 넣었다. 출근은 싫지만 도시락 먹는 재미로 출근을 해야겠다 싶게 예쁘게 말아서. 주 5일 회사원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새삼스레 너를 포함한 세상에 모든 직장인들이 대단해 보인다고 했다. 그러니까 회사원 만만히 보지 말라며 웃음으로 대답한 친구는 사실 자기가 보기엔 매일 다른 곳으로 출근해 불규칙적으로 일하고 가끔은 길고 긴 촬영 시간을 견뎌내는 프리랜서가 더 대단해 보인다고 했다. 뭐가 더 나은지는 모르겠어서 우리는 그저 서로에게 파이팅을 전하고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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