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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남현 Aug 25. 2023

광고 카피 속에서 읽는 세상

#8 공익광고협의회 [병들의 합창]편

(카피 시작)


쓰레기는 죽지 않는다 다만 재활용 될 뿐이다.


(카피 끝)


우선 광고적으로 보자. ‘쓰레기는 죽지 않는다. 다만 재활용 될 뿐이다’라는 광고 카피는 명확하고 핵심을 꽤 뚫는다. 설명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계몽적이지도 않으며, 소비자들에게 명령하듯이 말을 건네지도 않는다. 쓰레기 재활용의 필요성을 단순하지만, 비주얼의 어울림 속에서 임팩트있게 전달하고 있다. 이 광고를 보고 내가 광고 대행사에 입사해서 처음 맡았던 브랜드 ‘풀무원’ 인쇄광고가 생각났다. 당시 시장상황은 소비자들이 유전자 변형(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콩으로 만든 두부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상당히 높았던 때다. 광고 제작을 맡았던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조영민 카피라이터가 제작한 TV광고와 연계한 인쇄광고는 이랬다. 하얀 지면 정 중앙에 반으로 자른 작은 콩 하나를 보여 주면서 “콩입니다. 안까지 잘 보일 수 있도록 반으로 잘랐습니다. 혹시 이 콩이 유전자 변형을 했는지 보이십니까?”라는 카피를 전달함으로써 풀무원에서는 유전자 변형 콩을 쓰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미니멀하게 전달했다. 가끔 광고는 채우기 보다 버림으로써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여백을 통해 더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는 매력을 가졌다. 그렇다면 이제 내용적으로 보자. 집에서 배달 음식을 한 번 시켜먹게 되면 음식에 딸려오는 작고 큰 여럿 플라스틱 용기들에 놀라게 된다. 나름 재활용을 위해 분리 수거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폐플라스틱 10개 중 2개만 재활용된다는 사실은 아직 우리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배달의 민족’(?)이기를 거부하고, ‘재활용의 민족’으로 지구 환경 지킴이가 되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난 오늘 내 스마트폰에 있는 배달 앱들을 삭제했다. 


[병들의 합창]편

광고주: 공익광고협의회

광고대행사/제작사: 대홍기획

제작연도: 2004년


[병들의 합창]편 광고영상 감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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