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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 에포크 Apr 01. 2023

치유의 시간

인사이드 모네  미디어 아트 전시회에 다녀와서

쌀쌀했던 아침저녁 바람마저도 이제는 제법 포근한  기운이 느껴지는 봄날의 시작입니다.

그간 잘 지새셨나요?

저저번 주말, 오랜만에 친우의 생일을 맞아 만나서 저만 서울나들이를 나갔다 왔어요.

아이들이 동행하지 않은 외출을 할 때면, 전 대부분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찾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신없이 아이들을 따라다니는 동적인 생활을 해서인지, 전시 공간이 주는 정적인 공기가 제게 휴식을 주는 것 같거든요. 가만히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느덧 그림이 나를 위로해 주듯, 속삭여주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인지 힘들 때는 그림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이날 같이 만난 친구의 취향이 저랑도 맞아서인지, 친구가 저를 위해 알아봐 준 전시회였어요.

얼마나 고마운지... 심란한 나를 위해 같이 보자고 이끌어준 친구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표현하고 싶습니다. 덕분에 제게는 금같이 소중한 치유의 시간이 되어주었어요.


그라운드시소 인사이드 모네 팜플렛 사진


이미 22년 9월에 시작한 미디어 아트 형식의 전시회였어요.

거의 끝나가는 즈음에 방문이라 한산해서 저는 더 좋았습니다.

명동의 그라운드시소라는 공간입니다. 롯데백화점 본점 애비뉴건물에 위치해 있어요.

이 전시회는 회랑을 따라 걸으면서 작품들을 관람하는 형식이 아니라, 마치 영화관 상영회 같은 느낌으로 안락한 소파에 앉아서 관람하는 형식이었어요.

저는 처음으로 가본 형식인데 아주 편하게 앉아, 온 화면을 가득 메운 작품 영상들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어 새롭고 좋았습니다.

요즘 들어 이런 미디어 아트 형식의 체험형 전시회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실제 진짜 작품을 보고 느꼈다면 물론 또 다른 느낌이었겠지만, 직접 가서 진품을 볼 수 없다면 이런 미디어 아트 형식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방식으로 작품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어서, 색다른 방식이라 감각적이었습니다.

본 영상이 스토리 텔링식으로 35분, 하이라이트 영상이 15분, 총 50분으로 이루어진 미디어 아트를 관람했습니다.


인사이드 모네 관람소개 -그라운드시소 홈페이지 출처.


천장을 제외한 모든 벽과 바닥에 영상이 가득 채워져서 압도되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아름다운 음악 선율을 들으며 나긋한 내레이션으로 그림을 소개받으며 그림을 감상했어요.

얼핏 금방 지나가서 그림이 몇 개 없는 듯했는데 알고 보니 미디어 아트를 위해 전시된 그림이 200여 점이나 된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미디어 시간이 휙휙 지나가서 그림이 몇 개 없다고 생각했는데 200여 점이었다니 시각적 기억의 한계를 느꼈어요.

보는 동안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사진도 찍을 수 있고, 본 영상이 끝나고 하이라이트 영상(15분)이 시작될 때는 기념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어 분위기가 자유로웠습니다.


인사이드 모네 관람소개 -그라운드시소 홈페이지 출처.


그림의 테마는 <인사이드 모네>라는 제목으로만 봐도 알 수 있듯 모네를 중심으로 한 인상파 화가들이 풍류했던 그림들을 차례로 보여주었습니다.

너무 유명해서 어쩌면 이제는 웬만한 사람들은 이름만 들어도 아는 흔한 클리셰처럼 돼버리기까지 한 인상파의 작품들이 중심입니다. 그러나 저도 흔한 사람이라 그런지, 인상파 화가들과 그림들을 무척이나 사랑한답니다.

그 많은 인상파 화가들 중에 모네를 가장 좋아하는데, 제목이 <인사이드 모네> 라니, 안 갈 수  없었어요.ㅎㅎ


우리 집 소파 쿠션은 모네 컬렉션
지금의 모네를 있게 해 준, <인상- 해돋이>.  미디어 속 작품은 시간에 따라 움직이며, 제가 마치 그곳에서 풍경을 바라보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마치 눈앞에서 펼쳐진 풍경처럼 서서히 움직이는 그림들을 가만히 홀린 듯 바라봤습니다.

"내가 보고 있는 그림 속 풍경을 모네도 똑같이 바라봤겠지..." 이런 생각이 드니 괜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이 전시회에는 모네의 생애 흐름을 따라 모네와 교류한 다른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과 인물화, 연대에 따라 달라지는 모네의 생애의 사건들과 작품들을 엿볼 수 있었어요.

스토리텔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모네의 동료 이자 친구, 화상이자 전시기획자이었던, 폴 뒤랑- 뤼엘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합니다. 그는 인상파화가들을 늘 눈여겨보며 그들을 다독였고, 거의 참패나 다름없었던 인상파 화가들의 첫 전시회에도 굴하지 않고, 그 뒤 일곱 번이나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개최했다고 해요. 그가 없었다면 어쩌면 인상파 화가들이 이렇게 알려지지도, 그들의 진가를 알지도 못했겠지요. 그 당시에는 무모했던, 그러나 지금은 빼어난 안목을 인정받은 인상파 화가들의 진정한 동지였습니다.

아, 이런... 원래의 저라면 여기서부터 모네의 생애 주기를 조사해서 주욱 나열하며 설명을 드렸겠지만요...ㅎㅎㅎ

이번에는 왠지 그러고 싶지 않네요. 그의 그림자체에 푹 빠져있고만 싶어 져서요...

모네에 대한 저의 사랑과 덕질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따로 글쓰기 숙제로 남겨놓기로 할게요.

지금은 그의 작품 속 이 형형색색의 고요함에 묻혀 그림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고만 싶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빛과 색의 향연.

그 안에서 형태는 묻혀 자연의 일부가 된 듯 어렴풋한 윤곽만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중요한 건 형태가 아니라 지금 이 시간, 이 공간, 이 느낌 이니까요.

이런 느낌들이 저를 조용히 토닥토닥 위로해 주는 것만 같습니다.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 동안만큼은 내가 그의 그림을 이렇게 느끼고, 빠져드는 감성의 여지가 남아있음에 그저 감사하고 있을 뿐입니다.


미디어아트 공간을 가득 메운 모네의 여러 작품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수련 작품-그라운드시소 홈페이지 출처.


전시회가 끝나고 나니 제 마음도, 기분도 말랑말랑 해졌습니다.

이 여운이 끝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하이라이트 시간에도 지나가는 그의 작품들을 훑어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빛과 색을 사랑한 모네와 다시 한번 사랑에 빠진 것 같아 행복했어요.

아름다운 색채와 음악으로 어느덧 심란하게 요동쳤던 마음들이 치유받은 느낌입니다.

역시 그림은 제게 쉼과 치유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말랑해진 기분을 부여잡고 우리는 오랜만에 만남 감회를 주고받으며 맛난 것도 먹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이런저런 수다도 떨며 잠시 현생의 고민과 걱정에서 벗어나 즐거운 외출을 만끽했습니다.


잠시라도 고민과 걱정이 사리졌던 시간들.


아이들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에 접어들면서, 저도 모르게 아이들보다 더 바짝 긴장하며, 마음의 부담을 유난히 크게 느꼈던 3월이었습니다.

아이들과의 실랑이와 아들의 학교에서 이런저런 소동들로, 가끔 끔찍한 두통과 신경성 몸살로 애를 먹기도 하고, 개인적인 가족사로 마음이 힘든 시간도 있었어요.

친한 친구의 생일 핑계로 나온 나들이었지만, 제게는 너무나도 필요하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스트레스가 극심한 시기에 잠깐 낮시간의 외출은 저의 일상에 잠시 쉼표를 찍어갈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잠시 잠깐의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며 지쳐있던 내 안의 나를 치유하고 토닥토닥 위로해 줄 수 있어 뜻깊었답니다.

누구에게나 삶의 벽은 존재하는 법이겠지요.

지금은 한 곳에 너무 오래 얽매이지 말고 받아들일 것은 어서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한해서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회복과 도약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이번 기회에 깨달았습니다.

저도 제 나름의 방법대로 힘을 얻고, 딛고 일어나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간 저의 푸념의 글들을 참고 읽어주신 많은 분들과 응원과 격려로 힘을 주신 분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요.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고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지치거나 움츠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어두운 시간에서 헤어 나와 좀 더 힘내보자고, 그래도 괜찮다고, 혹은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조금은 훌훌 털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어느새 봄꽃들이 만발했더라고요.

저희 동네에도 여기저기 봄꽃 축제가 열리기도 하고요.

봄을 늦지 않게 만끽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주말, 가족들과 가까운 공원길이라도 걸어볼 참입니다.

여러분들도 봄을 마음껏 느끼시는 하루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전 다음에 또 펜을 들겠습니다.

그때까지 부디 평안한 나날이시길 바랍니다.

     

                                      -벨 에포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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