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모든 것이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갈 줄 알았다.
아프지 않으면, 예전처럼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회복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예전의 나로 돌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몸보다 마음이 더 늦게 회복된다는 걸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다시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건
단순히 건강하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완전히 낯선 마음으로 다시 길을 찾는 일이었다.
한때는 당연했던 것들이
이제는 낯설고 조심스러웠다.
출근 준비를 하던 아침,
거울 속 나를 보며
“이제 다시 괜찮은 걸까?”라고
스스로에게 되묻곤 했다.
‘다시’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무언가를 새로 한다는 건
도전이지만 설렘이 따랐고,
무언가를 다시 한다는 건
상처 위에 기대는 일이라
더 많은 망설임이 따랐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멈춰 있었던 시간 동안에도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조용히, 아주 조용히
다시 걸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걸.
출근길의 일상은 똑같았고
특별한 하루가 만들어진 건 아니다.
다만 항상 익숙했던 것들이
‘처음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생겼다.
그리고 그 감각이,
오히려 나를 살게 했다.
다시 시작한다고 해서
예전처럼 잘할 필요는 없었다.
천천히 해도 괜찮았다.
서툴러도 괜찮았다.
중요한 건,
내가 나를 향해 한 발을 내딛었다는 사실이었다.
그 한 걸음이 모여
조금씩 일상이 되었다.
다시 시작하는 건,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나를 믿고 한 발 내딛는 일이다.
그렇게 나는,
조금은 달라진 속도,
조금은 달라진 마음으로
‘다시’라는 이름의 하루를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하루는
어쩌면 지금까지의 어떤 날보다
더 귀하고, 더 단단했다.
필요한 건 대단한 결심이 아니었다.
조용히 일어나는 마음,
내가 다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
그 하나면 충분했다.
다시 시작하는 용기.
그건 내가 내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응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