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박자와 속도
시간은 빠르게 회복하려 애쓸수록 더 느리게 흘렀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리듬이라는 것을.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하기에 급급했다.
아침 물 한잔 마실 여유도 없이 출근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숨 쉴 시간을 만들고자 한다.
예전엔 아침 알람을 끄자마자 메신저를 열고,
잠들지 않은 일들을 확인하곤 했다.
이제는 휴대폰 대신 컵을, 속보 대신 바람을 선택해보려고 한다.
출근길에도 반 박자를 늦춘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보폭을 조금 줄이고,
엘리베이터가 오지 않는 것에 굳이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한다.
사소한 선택들이지만,
내 마음의 BPM을 과속하지 않게 지켜준다.
회사에 도착하면 오늘의 할 일을 한 줄만 쓴다.
“오늘은 이것 하나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덤처럼 따라오면 고마운 일, 아니면 내일의 몫.
점심시간엔 사람들과 어울리고자 애써 노력하지 않는다.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억지로 ‘알찬 시간’을 만들지 않는다.
책을 펼칠 때도 있고, 그냥 햇빛을 보며 산책할 때도 있다.
무언가를 배우는 날과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날이 나란히 있어도 괜찮다는 걸,
이제는 안다.
배움도 숨처럼, 들이쉬고 내쉬는 사이에 있어야 오래간다는 걸.
오후에는 스스로에게 멈춤 버튼을 준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생각이 꼬일 때,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를 한 바퀴 돈다.
창가에 서서 손을 난간에 올리고 30초만 쉰다.
그 짧은 정지가 내 리듬을 다시 맞춘다.
예전의 나는 끊기지 않는 몰입을 자랑처럼 여겼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끊어낼 줄 아는 몰입이 더 오래간다는 걸 배웠다.
저녁이 되면 ‘하루를 마무리하는 박자’를 고른다.
강아지와 천천히 걷거나,
혹은 조용히 샤워 후 잠자리에 들거나
오늘은 이만큼 했고,
이만큼 쉬었고,
그래서 내일이 덜 무섭다.
리듬을 흐트러뜨리는 것들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고민해 본 적 없고
굳이 신경 쓰고 살지 않았다.
비교, 과속, 그리고 예전의 습관.
SNS를 내리다 보면 마음이 빨라지고
마감이 가까워지면 몸이 앞질러 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게 묻는다.
"지금 이 속도는 누구를 위한 속도지?"
대답이 흐릿하면, 잠깐 멈춘다. 멈추면 보인다.
나는 여전히 많은 것을 좋아하고, 배우고, 이루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결과의 박수보다 지속의 박자가 더 소중하다.
하루에 한 페이지, 한 걸음, 한 줄의 기록.
작아 보이지만 이 리듬이 쌓여 나를 만든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내 박자로."
나만의 리듬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물을 마시는 속도, 걷는 보폭, 말의 길이, 침묵의 길이.
그 소소한 것들이 모여 하루의 악보가 된다.
그리고 그 악보 위에서 나는
다시, 나답게 살아간다.
다음 날 아침, 또 물 한 컵으로 시작한다.
오늘의 첫 박자를 고르고, 나머지는 천천히 따라가게 둔다.
속도는 잊어도 된다. 박자는 몸이 기억한다.
이제 나는 그 리듬으로 하루를 충분히 살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