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를 보다가

by 하린

말을 뱉어내는

모든 기계들을 끄고

알약을 두개 삼켜

깊은 잠을 청한다


제 몸을 지키는 거야

다 같은데

제 몸만 몸인 것들은

그러할 일도

마땅한 일도

모두 휴지조각으로 던지고

세상의 몸을 공격한다

마치 흡혈귀처럼

기생한다


그리하여 파먹힌 몸은

모든 것을 등지고 싶어

정신을 놓아보려 하지만

머리는 이내 각성하고

빈 눈은 떠도 바라볼 곳이 없다


나는 이 길을 택한 적이 없는데

어쩌다 문득 그 길 위에 있어서

아득해지기도 수십번


일상같은 일상은 내 것이 아니고

잘못된 것은

대가를 받지 않고 미소짓는데

나는 왜

양심의 소리를

끝없이 마주하며 숨을 고른다


이렇듯 불공평하고

이토록 억울해도

어차피 소리를 따라간다

내가 존재하는 바탕이라

이제서야 새삼 깨닫는다


참으로 먼 길

이젠 지팡이라도 짚을 요량으로

몸을 일으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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