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등을 혼자 단다는 것

내 노동의 가치를 조정하다

by 하린

천장에는 구멍 하나만 남아 있었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집, 도배를 하면서 오래된 조명을 모두 철거해 버린 상태였다. 기준이 사라진 자리. 이런 현장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등기구가 아니라 레벨기다. 레이저 선으로 빈 공간에 수평과 수직을 표시해 주는.


나는 오후 두 시쯤 고객이 출근하고 없는 빈 집에 들어갔다. 화장실 조명만 사용하며 며칠을 지내고 있다고 했다. 차가 없기 때문에 사다리를 동반하는 작업은 웬만하면 택시를 이용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기준이 생겼다. 십만 원 이상 되는 일이 아니면 사다리가 필요한 작업은 맡지 않는다. 비밀번호를 눌러 집안으로 들어서는 순간은 늘 조금 어색하다. 공실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 공간. 남의 집에 마음대로 들어온 느낌. 하지만 동시에 가장 편한 환경이기도 하다. 바라보는 시선이 없는 곳. 나는 그런 공간에서 가장 침착해진다.


고객은 전날 문자로 말했다. 거실등이 너무 무거워 혼자 설치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걱정을 전했다. 나는 전날과 그 전전날에도 3구짜리 거실등을 혼자 설치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답했다. 그런데 막상 마주한 등기구는 내가 다뤄본 것보다 더 크고 무거웠다. 박스에서 꺼내는 것만 해도 힘이 많이 들었다. 걱정이 먼저 올라왔지만 선택지는 없었다.


하얀 천장에는 구멍 하나만 덩그러니 존재하고 있었다. 레벨기를 켜고 녹색의 레이저 선으로 수평을 잡았다. 나사 구멍이 서른 개가 넘는 기다란 브래킷이 오늘 작업의 출발점이었다. 총 열두 개의 타공 지점을 잡았다. 브래킷을 천장에 대고 펜으로 위치를 표시하는 과정만으로도 힘이 든다. 브래킷은 무겁고, 표시하는 동안 조금만 움직여도 타공 위치가 어긋나니까. 한 손을 이쪽저쪽으로 옮기면서도 버티고 있는 다른 손을 절대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코어의 힘이 많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그 와중에 목상이 지나가는 위치를 확인했다. 다행히 중앙부에 나사를 네 군데 박을 수 있는 목재가 있었다. 천장은 매우 얇은 합판이었고 앵커 사용은 필수였다. 하지만 7-8 kg 쯤으로 예상되는 대형 등기구를 앵커만으로 버티게 두는 건 불안하다. 목상이 걸리지 않았다면 목재 보강 작업까지 이어졌을 상황. 오늘은 그 단계를 건너뛸 수 있었다.


타공, 앵커 삽입, 브래킷 위치 맞춤, 조임. 그리고 중앙 목재 네 지점에 나사를 체결했다. 처음 몇 개만 안정적으로 고정되면 더 이상 브래킷을 손으로 버티고 있을 필요가 없다. 그 순간 작업 난이도가 확 내려간다. 여기까지 약 40 분이 걸렸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무게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형 등기구 본체. 110cm가 넘는 길이의 등기구를 들고 사다리에 올라 천장에 밀어 넣듯 버텨야 했다. 한 손으로 하중을 지탱한 채 다른 손으로 브래킷을 움직여 볼트가 등기구 구멍으로 내려오도록 위치를 맞춘다. 조금만 어긋나도 등이 기우뚱하며 손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다. 솔직히 무서웠다. 지금까지 다뤄본 것들보다 확실히 무거웠다. 떨어뜨리면 끝이라는 감각. 균형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위험한 상황. 어깨가 타는 느낌.


하지만 할 수 있다고 중얼거리며 집중했다. 볼트가 구멍으로 내려오자 침착하게 너트를 조였다. 총 여섯 개. 오른쪽, 중앙, 그리고 대각선 왼쪽. 하중을 분산시키며 고정 안정성을 확보하는 순서다. 이 구간을 넘기면 등기구는 비로소 ‘붙어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전선 커넥터를 결합하고 커버를 체결했다. 흔들림 확인. 정상. 가장 어려운 구간이 끝났다는 안도감이 천천히 올라왔다. 하지만 몸의 힘은 이미 많이 빠진 상태였다. 그 뒤에도 일반 등 네 개와 현관 센서등, 복도 다운라이트가 남아 있었다.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몸은 무겁고 시간은 길게 느껴졌지만 마음 한켠은 비로소 가벼워졌다.


마지막 센서등에서는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천장 구멍이 지나치게 커서 브래킷 설치가 간신히 가능했다. 설정 옵션이 많은 센서등이었다. 와트수, 색온도, 감도, 점등 시간. 잠깐 막혔지만 해결했다. 그리고 또 하나 배웠다. 다음에는 조금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작업을 모두 마치고 간단히 청소를 한 뒤 불이 켜지는 장면과 리모컨이 작동하는 영상을 촬영해 고객에게 보냈다. 집을 나설 때 시계를 보니 세 시간이 지나 있었다. 몸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또렷했다. 오늘 하루의 노동이 어떤 무게였는지, 그 무게가 얼마의 시간과 맞바뀌었는지가 선명하게 계산되고 있었다.


그리고 결론 하나. 3구짜리 거실등의 설치 단가는 그대로 둘 수 없다. 무게는 단순히 제품의 스펙이 아니었다. 작업 시간, 집중력, 신체 부담, 그리고 위험 감각까지 포함한 총합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조명이지만, 나에게는 분명 다른 체급의 노동이었다. 가격은 결국 그 체급을 반영해야 한다. 나는 오늘 그 숫자를 조정했다. 망설임 없이. 예전에는 단가를 낮춰야 선택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내가 감당한 노동의 밀도와 긴장을 스스로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값은 시장이 정하는 것 같지만, 그 시작은 결국 내가 긋는 선에서 비롯된다.


오늘 나는 등을 달았지만, 어쩌면 하나의 기준을 다시 단 것인지도 모른다. 몸의 피로 위에, 시간의 감각 위에, 노동의 무게 위에. 이제는 어림짐작이 아니라 계산기로 말하기 시작한 하루. 그리고 그 변화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느껴졌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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