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소비재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에 대한 의견
베트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한국기업이나 제품의 베트남 진출 컨설팅 업무를 하다보니 다양한 기업들을 만나게 된다. 코로나로 베트남 진출을 보류했던 많은 기업들이 다시 베트남을 찾고 있다는 것은 베트남이 아직 기회의 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이외에도, 한국의 시장에서 한정된 기업활동을 하기 보다는 세계로 나가야 한다는 기업들의 절실함이 묻어 있기도 할 것이다. 다만 과거와 다른 점은 변화 무쌍한 베트남 대외 정책으로 인해 진출에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고 아직까지 물리적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관계로 붐이라고 표현한 과거 보다는 많이 조용하게 진행된다는 것이 차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3년 전이나 지금이나 기본적으로 베트남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접촉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발생되는 문제이겠지만, 시장에 대한 정보력이 아직도 많이 부족함은 물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내 제품만은 베트남에서 통할 수 있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을 보이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 이런 점은 가격정책에서 선명히 드러나는데 한국의 소비자가격을 그대로 접목시키거나 심지어는 한국의 소비자가에 물류비와 통관비를 포함시켜 베트남 유통 가격을 매겨 한국 보다 비싼 가격이 가능한지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
베트남이 한국보다 10년이 뒤쳐져 있다고 본다면, 가격이나 소비자의 인식 역시 우리의 10년 전과 비슷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지금의 시장은 미디어와 SNS 등의 네트워크로 인해 제품의 정보가 시간차 없이 전달되고 있고, 소비재를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발전한 국가의 제품이 그대로 후발 국가로 흘러들어 오는 경향이 심하다. 그래서 베트남과 같이 개발도상국 역시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 등의 유명 문화나 제품을 시차 없이 향유할 수 있는 것이다. 대략 30년 정도 걸쳐 진행되었던 제품이나 문화가 동시대에 같이 나온 그런 느낌이랄까?
다만 차이가 있다면 낮은 소득 수준으로 인해 동질의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소비자층이 얼마나 되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으며 여기에서 가격정책이나 타겟 고객층의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베트남의 소비자 역시 한국의 제품과 가격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혹시나 한국과 다른 가격정책을 보이거나 얼마든지 보완이 가능한 제품이 자신들이 허용하는 지불 범위를 넘어선다면 과감히 구입을 포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젊은 세대에서 애플과 같은 유명 브랜드에 충성도를 보이는 제품은 논외겠지만...)
한국 기업 또는 유통 제품에 대한 다양한 상담을 진행하면서 여러가지를 배우는 기회를 갖는다. 새로운 내용도 있고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변화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확고하게 정립하기도 한다. 지금부터 베트남 진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비재 무역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점을 몇 가지 적어본다.
코로나 이후 한국 식품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간단식품, 도시락류, 냉동식품 등 마트, 편의점 수, 온라인 마트 수의 증가와 비례하여 늘어나고 있다. 베트남 역시 1인 가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1인 가구 위주의 편의점 문화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브랜드 화장품은 매출 부진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한 경우가 많고 온라인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수익성이 다소 악화된 것이 사실이다. 반면, 유통망이 있는 베트남 업체의 '익스클루시브 계약' 또는 'OEM'으로 중소기업 화장품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변화된 현상이다. 한국 화장품 제조사들이 자사 브랜드를 버리고 OEM 계약으로 현지에 진출하는 경우도 많고 전망있는 베트남 유통기업을 만나 독점 계약으로 수출을 진행한 경우도 상당 수 된다. 화장품에 있어서는 유럽 명품 브랜드가 고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면, 한국이나 일본의 대다수 화장품 브랜드는 베트남 맞춤형 중저가 제품으로 공략하는 것이 더 성공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 빌딩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용의가 있더라도 생각보다 그 투자비용이 훨씬 더 커질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소형가전은 아이디어 제품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한국 유명 전자제품 유통업체도 베트남 진출을 모색하는 등 대기업 사이에서 중소기업 제품들도 시장을 만들 기회를 옅보고 있는 시기이다.
먼 과거처럼 한국 상품에 대한 무조건적인 환영은 없다.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기업들도 가끔씩 보는데, 사실 그런 생각으로 해외진출을 하려고 한다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브랜드가 아니면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마케팅을 꾸준하게 한 제품만 생존한다는 것을 지금까지 시간이 증명해 왔다. 베트남 유통 업체는 물량, 유명인 마케팅, 행사, 프로모션 등 막대한 자금을 투여하여 시장 조기 확대 전략 구사하기 때문에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시간과 자금이 반드시 들어간다는 것을 인식하고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보는 효율적인 접근으로 시장을 서서히 만드는게 정말 중요한 만큼 방법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참고 : 코트라 자료, 베트남에는 왕홍이 살지 않는다>
https://news.kotra.or.kr/user/globalBbs/kotranews/7/globalBbsDataView.do?setIdx=245&dataIdx=187604
베트남과 한국 사이의 수출입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어떤’ 제품을 선택하느냐 보다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그것은 제조사의 이야기이고 판매하려는 외국에서는 처음 보는 제품일 뿐이다. 과거 한국이 미국이나 일본의 제품들을 어떤 시각으로 접근하고 선택했는자를 생각해 보면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동일한 과정임을 알 수 있을 듯 하다.
따라서, 본인이 직접 판매를 담당하지 않는 이상, 제품의 시장을 만들고 소비자 수요를 확대할 현지 유통기업을 먼저 확보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품 등록, 매장 운영, 직원 채용은 물론이고 온라인 마켓에 제품을 올리는 일은 중요한 일은 아니다. 그런 일은 마음만 먹으면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시장을 조금 더 빠르고 공격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지 유통라인을 잘 만들어 놓아야 한다.
베트남의 '라자다', '쇼피', '티키' 등과 같은 오픈형 온라인 마켓에 상품을 올려 판매가 가능하게 하는 것을 판매루트 개척의 한 분야로 홍보하기도 하고, 한국 기관에서 발급하는 수출 바우처에도 그런 작은 일들을 수출 지원 사업의 한 분야로 포함시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물론 스마트폰을 거의 모두 가지고 있는 베트남에서 온라인 SNS상에서 벌어지는 마케팅 활동은 반드시 필요하며 그런 활동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한 개의 유통 채널에서 가져오는 매출 규모가 작은 베트남에서만큼은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확보하여 적정 비중으로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어려워진다. 베트남은 중국이 보여줬던 대박 상품이 구조적, 소비자의 성향적으로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해외, 특히 베트남을 진출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가지더라도, 본인이 오가며 시장을 판단하고, 조언을 듣고, 절차에 필요한 업무 처리 전반을 이해하여 최종 선택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그것이 전시회일수도 있고 시장개척단, 시장 조사 같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지만, 그것은 1회성 기회밖에 되지 못한다. 바이어를 찾는데 몇 달을 꼬박 투자를 해도 제대로 된 바이어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제대로 된 제품 없이 어떤 근거로 바이어가 한 제품을 선뜻 선택할 수 있을까?
지금과 같이 코로나로 인해 기업의 직접적인 시장조사, 해외 진출이 어렵다면, 믿을 수 있는 마케팅 업체, 컨설팅 업체, 유통업체와 유기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협의하는 것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이 비용 면에서, 시간면에서, 시장 범위 측면에서 더 효과적일지 모른다. 그것은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이 선택할 몫이다.
위드 코로나의 후폭풍을 겪고 있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베트남도 이전과 같은 봉쇄는 없지만, 코로나가 완전히 종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물리적인 이동은 아직까지 많이 불편한 편이다. 여기저기서 감염 소식이 들려오고 있고, 한국인 교민들도 위드 코로나 이후 상당히 많은 분들이 확진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보류했던 베트남 진출의 꿈을 위해 다시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을 보면서, 어디나 어려움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 상황이 빨리 마무리되기만을 바랄 뿐...
ps.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시장 조사가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대부분 현지인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마무리 하지만, 그것보다는 객관적으로 이해관계가 없는 시장조사 전문업체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직접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코트라나 kita에서 발행한 시장 보고서를 참고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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