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zy Factory 1화] - 주야교대 생산직 시작
난 서울살이 12년 동안
각 업계 1위인 회사 3곳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했었다.
이제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가게 되면,
보다 많아진 나이에다 여전히 부족한 지방의 취업현실로 인해
사무직이 아닌 현장직으로 노선을 변경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론 으리으리해 보이는 직장이어도
많은 심적 스트레스와 불안한 미래가 점차 벼랑 끝으로
날 몰아넣고 있다는 느낌을 항상 받아왔었기에,
그저 현장직을 시작하게 되면 몸은 고되더라도
마음만은 조금 편할 수 있길 기대할 뿐이었다.
그렇게 사무직 재질 사람이었던 나는
대한민국의 동력, 제조 산업 현장의 역군으로 변신하게 되었는데......
내가 일하게 된 곳은 울산에 있는
현대자동차 1차 하청인 자동차부품 회사이다.
대부분의 공장은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서
인력을 채용하며, 이곳도 마찬가지이다.
매일 있는 잔업 시간을 포함하여,
일 11시간 30분 근무 (월~토) / 주야 맞교대(2조 2교대)인데,
가끔씩 일요일 근무가 발생하기도 한다.
충격적이었던 건 물량이 많을 땐, 점심 연장근무라고 해서
20분 만에 식사를 끝내고 점심시간에도 일을 해야 할 수 있다.
인터넷, 유튜브를 통해서 여러 생산직 후기를
찾아보면 대체적으로 나오는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가급적 주간 근무를 추천 (주야 맞교대는 피하는 것이 좋다.)
2. 위험하거나, 무거운걸 많이 들어야 하는 업종은 피할 것
3. 텃세 부리는 사람으로 인해 몸만 힘든 게 아니라 마음도 힘들다.
모두 공감 가는 내용이긴 하지만
보다 많은 급여를 받으려면 야간수당, 휴일수당이
붙는 시간대에 일해야 하므로
몸이 고됨을 감수하고 교대 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
업무는 자동화 설비가 이뤄져 있어서
자동차 부품 여러 개를 틀에 맞춰 꽂고
버튼을 누르면 로봇이 움직여 용접을 한다.
안전센서가 있어서 안전수칙만 잘 지키면
크게 위험하진 않고, 나 같은 초보자에게도
어려운 난이도의 일은 아니었다.
우스갯소리로 건설업을 좀 해본 사람은,
어디 어디의 빌딩 내가 올렸다고 말하는데
난 현대자동차 신모델, 수천 대를 내가 만들었다고~!!라고
말할 수 있겠다.
입사동기 중 동생 한 명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공기업 사무직을 퇴사하고 왔는데
심적으로 힘든 게 상당 부분 해소 되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부분이 크다고 내게 말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시선에 맞추는 것이 아닌,
본인만 만족한다면 그게 어떤 자리라 해도
가장 좋은 자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