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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 Jul 03. 2023

'엘리멘탈' 영화와 원소불꽃반응 실험키트

주의, 스포 포함


우리 집 아이들은 평소 영화를 아빠와 본다. 첫째가 초등학교 2학년이라 혼자 보기는 어렵고, 6세 아이에겐 보호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 왜 엄마는 함께 보지 않느냐. 나는 영화 보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관에 앉아있는 것도 불편하다. 영화 러닝타임만큼의 내 자유시간이 소중하다. 그리하여 나의 영화표 값이 아깝다.


'엘리멘탈'은 자진하여 함께 봤다. 자세한 사전 지식은 없었다. 이름에서 원소가 나올 거라는 힌트를 얻었을 뿐. 아이와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눠야지. 세상에 '엘리멘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겠어. 주기율표 노래를 함께 외울 수 있는 내적 동기를 깔아봐야지. 시작은 소소하지만 원대한 계획을 갖고 착석했다.


웨이드와 앰버가 손을 잡았을 때 감동적이었다.

웨이드 집에 가서 우는 게임했던 게 웃겼다.

웨이드와 앰버가  비비스테리아 꽃을 보는 장면이 멋졌다.


이렇게 아이는 영화 자체를 즐기고 있을 때, 나는 무엇을 기억에 담았나. 바로 앰버가 광물 위를 통통 뛸 때 불꽃이 종류별로 다른 돌을 만나 형형색색 바뀌는 장면이었다.


"저거 실제야"

라고 아이 귀에 속삭였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자마자 원소별로 불꽃색이 다른 것을 검색해 보여주면서 불꽃놀이를 연결해 알려줬다. 분명 물질별로 색깔이 다르게 나오는 실험키트가 있을 텐데. 즉시 원소불꽃반응실험키트를 찾아냈고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그리고 끝이었다. 나에게 엘리멘탈이란 단지 아이를 원소 단위 속을 끌어들이는 매개체였을 뿐.


아, 그런데 감독이 한국계 미국인이라던데.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유튜브 채널 중 '천재이승국'의 감독 인터뷰를 찾았다. 약 15분 정도인 동영상을 끝까지 봤다.  '가족 이야기', 물과 불의 이야기', '도시 이야기'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왜 난 고작 그 원소만 꽂혔는지. 부끄럽다. 부끄러워.


아이와 이야기 나눠 볼 주제를 좀 찾아봐서 이 부끄러움을 좀 덜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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