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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스블루 Sep 30. 2020

나무라지 않는 나무,
바라지 않는 바람 PART.2

한 권의 책을 기획하다.

한 권의 책을 기획하기까지


Q. 과제로 어떤 동화를 썼나?

A. 하루아침에 사라진 어른 나무를 찾아 나서면서 종이, 책, 사람과의 관계를 알아가는 아이 나무의 이야기를 썼다. 당시 '나무'에 빠져있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나무를 관찰하기 좋아했다. 동시에 환경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게 됐다. 나무가 종이가 되고 그 종이로 만든 책을 사 읽는 사람으로서 나무를 어떤 마음으로 대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무의 입장에서 책은 어떤 존재일지를 다루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졌다. 


Q. 창작 과정이 궁금하다.

A. 평소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진행해야 할 일과 가능한 일정을 기록하는 것을 중시한다. 조율이 필요한 사항이 생길 때마다 기록했던 일정을 확인하며 생각을 정리한다. 처음으로 긴 호흡의 창작 동화를 써본 것이었고 제출 기한이 있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미리 계획한 일정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데에 집중했다. 

중간중간 이야기의 흐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아도 일단 작성하고 다시 고치는 과정을 반복했다. 일과를 모두 마치고 동화를 작성했으며, 다음날 학교에 조금 일찍 가서 전날 쓴 글을 고쳤다. 약 10장 분량의 작업 일지를 함께 제출해야 했기 때문에 무작정 창작 작업을 시작하기보다는 기획 의도나 자료 조사를 꼼꼼히 할 수 있었다. 미리 정해둔 방향에 맞춰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약 두 달간의 작업 끝에 무사히 마치게 됐다. 


Q. 다시 책을 만들기로 한 계기는?

A. 과제를 보신 교수님이 어떤 형태로든 동화를 활용해보길 권유하셨다. 동화 창작이라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치고 나니 내가 좋아하는 작업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어떤 결과물을 기획하고, 그 결과물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설계하고 완수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한 권의 책을 만든다는 일은 부담스럽게 다가왔지만 책 제작이라는 단어를 잠시 내려두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동화 쓰는 달팽이, 보통이

(기획 단계에서 그린 동화집 캐릭터이다. 글쓴이가 드러나기보다는 '보통이'가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




Q. <나무 이야기>에 더해 동화를 한 편 더 썼다. 어떤 동화인가?

A. 시골에서 편안하게 바람으로써의 임무를 다하며 살던 마을 바람이 인간의 과도한 도시 개발로 인해 도시로 전근 가게 되는 이야기이다. 기왕 동화를 써본 거 한 편 더 써서 동화집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환경이라는 키워드로 첫 번째 동화를 썼기 때문에 두 번째 동화도 연결되는 맥락이 있었으면 했다. 

가족과 방문한 부산에서 우연히 아이디어를 얻었다. 바닷가를 걷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온 얼굴로 바람을 맞다가 '그래, 바람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자.'라고 생각했다. 당시 마음이 갈팡질팡 확신이 부족했던 시기라 동화에도 그런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환경에 대해 잠깐이라도 생각해볼 수 있는 동화를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직업적인 일과 개인 사이에서 드는 여러 고민을 담게 됐다.


Q. 첫 번째 책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A. 주제도, 분야도, 형식도 다르다.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달랐다. 먼저 책 만드는 일 자체에 대해 조심스러운 마음이 가장 컸다. 미숙하게나마 만들어 보고 나니 책 만드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그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오히려 내가 아는 책에서 더 벗어나려고 했다. 어차피 책을 완성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오로지 내 판단을 신뢰하기로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판단하려고 했다.

아, 그리고 삽화를 넣었다. 동화를 쓰게 된다면 직접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다. 마침 아이패드를 장만해서 PROCREATE라는 앱을 다운로드해 그림 연습을 했다. 동화를 반복해 읽으며 삽화가 들어갈 만한 부분을 찾고 적합한 그림을 반복해 그려봤다. 삽화를 다뤄본 경험은 없다 보니 인디자인 작업을 때도 새로운 도전이 됐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나?

A. 두서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 같다. 정리하자면 두 번째 책은 일단 해보고 싶었던 걸 다 해보자는 생각으로 기획했다. 작가 입장에서의 내가 결정한 일을 편집자나 디자이너 입장에서의 내가 해결하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경험들이 훗날 도움이 될 거라 믿으며 매 순간 즐겁게 임하려 노력했다. 자세한 제작, 홍보 과정은 PART.3에서 설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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