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스블루 May 20. 2023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제발)

그러다 올해도 가고 내년도 가버린다니까

나 요즘 잘 지내고 있나? 아무 이유 없이 찜찜한 기분이 들 때 던지는 질문이다. 할 일을 모두 마치고 퇴근했는데도, 개운하게 운동을 했는데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는데도 후련하지 않은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물 한 잔을 따른 뒤 조용히 방에 들어가 혼자만의 의식을 시작한다.


저널을 꺼내 펼친다. 역시나 저널에 마지막으로 뭔가를 적은 지 일주일 이상 지났다. 날짜를 적고 질문의 답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생각하거나 말할 때는 모호하던 감정을 글로 쓰기 시작하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주어와 서술어를 떠올릴 새도 없이, 손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마음에 걸려 있던 감정들을 눈앞으로 데려온다. 그렇게 한참 적고 나면 개운해진다. 다시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내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지난 몇 주간 브런치가 날 찜찜하게 했다. 쓰고 싶다는 의지는 있는데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막막했다. 몇 가지 소재는 떠올랐지만 막상 글로 풀어보려 하니 장황해지기 일쑤였다. 힘이 빡 들어간 채 제대로 쓰고 싶은 마음만 앞서는 게 웃겨서 결국 매번 글을 완성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다루기는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했다가, 이야기들에게 좀 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정말 잘 설명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애쓰지 않아도 손이 먼저 움직일 테니까. 그리고 잘 쓰려다가 영영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 올해가 갈 것 같았다.


그러니 그게 뭐든 어렵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요즘의 내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 마음먹은 건 쉽게 뛰어들어 해내는 인간인 줄 알고 살았는데, 이제와 보니 어려운 것 같으면 아예 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에이, 그냥 말자. 딴 거 하면 되지~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자!'란 마인드가 20대 중반까진 통했을지 모르지만, 조금만 지나면 서른이 된다고 생각하니 어떤 일에는 나중이 없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생에 치여 딴 거를 찾을 수 있는 여력도 줄어드는 만큼, 새로운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을 때 웬만하면 그냥 해보기로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살짝 발부터 담가보는 거지. 처음 브런치에 돌아왔던 마음으로 일단 글을 쓰고, 꾸준히 움직이며 나를 살펴야겠다. 그 마음가짐에 익숙해지면서 사부작사부작 새로운 걸 해보자고!

매거진의 이전글 프리워커가 되는 날까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