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여드름 짜기를 천시한 대가
피부과를 개원하다.
페이닥터를 할 때에는 그다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여드름 짜기는 ‘내 병원’을 개원하여 ‘내 환자'를 치료하게 되면서 그 문제점이 피부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여드름 치료 환자들의 불만, 즉 컴플레인이 시작된 것이다. 여드름 환자들이 병원에 와서 비싼 레이저와 스케일링 관리를 받는데도 호전이 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가 되고 자국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바로 여드름 압출이 문제였다.
페이닥터 기간 동안 배운 바에 의하면 여드름 압출은 ‘관리사'의 영역이었으나 오랜 경험을 가진, 여드름 짜기를 정말 잘하는 관리사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경험이 적고 여드름 짜기를 잘하지 못하는 관리사가 베테랑 관리사가 되기까지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그 사이 환자들은 여드름 압출 후 오히려 더 곪고 덧나는 피해를 입어야 했다. 그리고 겨우 겨우 몇 년간 나의 귀한 환자를 바쳐가며 트레이닝(?) 시켜서 만들어낸 베테랑 관리사는, 이제 환자를 맘 놓고 맡길 만할 때가 되면 여러 가지 이유로 병원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내가 여드름 짜기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왜 짜는 환자마다 곪냐고 괜한 관리사를 닦달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나는 그들에게 여드름을 잘 짜는 법을 가르칠 수가 없었다. 그들의 방법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도 지적할 수 없었다.
지금은 생각만 해도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이야기지만 여드름 짜고 간 환자들이 하도 곪아 오는 경우가 많아지자 관리사들이 손을 깨끗이 닦지 않아서 그런 줄 알고 압출 전 손을 닦는 교육을 시킨 적도 있었다. 물론 손을 닦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여드름 짠 곳이 곪아서 다시 오는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다. 여드름을 건드렸지만 완전히 짜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땐 그것을 몰랐다.
나는 오직 여드름 짜기만 빼고, 레이저와 스케일링, 약물 등 모든 치료 방법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환자의 만족도는 커지지 않았다. 이건 내 책임이 아니고 관리사의 책임이라고 위안 삼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 병원에서 내 환자에게 벌어진 일이었고, 내 책임이었다.
지금도 당시 환자들께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또 후회하고 있지만 그 시절 나는 여드름 치료 후 곪는 것을 마치 한의사들이 말하는 ‘명현 현상’과 같이 치료 중 생기는 '당연한 현상'으로 설명했다. 압출한 곳은 어차피 곪아 오를 것이라고 체념한 것이었고, 이것이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미리 거짓말을 하여 환자를 안심시키려는 수작이었다. 결국 레이저나 스케일링, 필링, 약물들로 끌고 나가 결국 어찌어찌 여드름은 좋아져 갔지만..
여드름 치료는 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고 자신 없는 분야가 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