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이가 태어났어요

by Lydia young

2025. 8. 5 - 39주 5일 차

"아무래도 안 되겠어! 병원 앞에 가서 기도라도 해야겠어!"

출산을 위해 전날 새벽 입원한 딸이 하루 종일 촉진제도 맞고 고생 했는데도 진통이 진행되지 않아 하룻밤을 넘기고 새벽부터 다시 촉진제를 맞으며 진통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조마조마 불안한 마음으로 집에서만 기다리기엔 마음이 힘들어 병원 앞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초산은 힘들다지만 '이렇게 오래 고생하면 수술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엄마가 자연분만했으니, 딸도 잘할 거야!'라고 얘기한 걸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힘들면 수술해도 돼!'라고 얘기할걸, 하는 여러 가지 생각들로 가만히 집에서 기다리기엔 힘든 마음이었습니다.


병원엔 코로나 이후로 배우자 보호자 외엔 출입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딸 가까이라도 가서 기도하면 딸에게 힘이 될까 싶은 친정엄마의 마음이었습니다.


딸이 분만할 산부인과에 도착해 조용히 분만실이 있는 층까지 가봅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왔다 갔다 하니 지나가는 간호사들의 눈에 띈 나는 "여기 계시면 안 돼요! 가세요." 하는 차가운 반응에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위해서 지킬 건 지켜야지!' 하고 병원 밖으로 나갑니다.


폭염 속 많은 비가 올 거란 예보와 달리 하늘엔 뭉게구름이 떠 있고 파란 하늘도 보입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나뭇잎도 나부낍니다.

더운 여름 날씨에 부는 시원한 바람처럼 찰떡이가 순풍하고 세상으로 나오길 기도합니다.


병원입구 계단에서 나와 비슷한 연배의 여자분이 통화하는 걸 들어보니 금방 출산을 했다는 통화였습니다.

통화가 끝난 중년의 여자분 얼굴엔 미소가 가득 번져 있었습니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다가가 슬며시 말을 걸어봅니다.

"딸이 출산했나 봐요?"

"네~ 금방 출산했다고 사위한테 연락이 왔네요."

"축하해요! 우리 딸도 얼른 출산해야 할 텐데."

딸의 얼굴, 태어난 손주의 얼굴은 못 봐도 친정엄마의 애달픈 마음이 발걸음을 병원 앞으로 이끌었나 봅니다.

기쁜 마음으로 돌아가는 또 다른 친정엄마를 보면서 우리 딸도 좀 더 힘을 내길 기도하며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병원 문 앞에서 기다리길 몇 시간 뒤 사위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분만 준비 들어갔습니다."

묵주를 들고 기도하는 내 손에 땀이 나는 긴 시간이었지만, 딸에게는 고통 속에 더 더디게만 흘렀을 시간이 지나고 "장모님! 아기 낳았어요!" 사위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1박 2일간 진통을 견뎌낸 딸이 오후 4시가 훌쩍 지나 찰떡이를 무사히 자연분만으로 낳았습니다.


딸과 손녀 모두 건강하다는 사위의 전화를 받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며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 안에서 사위가 보내준 출산 직후 딸과 찰떡이의 동영상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솟아올랐습니다. 딸의 모습을 보는 순간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짐작할 만큼 지쳐있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대견했습니다. '엄마가 되었구나! 장하다! 고생했어! 딸!'


'찰떡이가 태어났습니다.' 초음파 영상으로 만나던 꼬물꼬물 찰떡이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소중하고 귀한 새 생명이 우리에게 왔습니다. 앞으로 함께 할 찰떡이와의 시간을 기대하며 가슴이 콩닥거렸습니다. '찰떡아! 우리, 잘 지내보자!'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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