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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새 Feb 16. 2024

버섯볶음

열아홉 번째 끼니 - 3

한 집에 사는 가족이라도 입맛이 다르다.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 부모님과 형제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이 다 다르다. 그래서 밥상에는 이 모든 사람의 취향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집 식탁은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주메뉴 하나, 그리고 각자 취향에 맞는 밑반찬들이 몇 개씩 깔린다. 한 자리에서 밥을 같이 먹기 때문에 이런 배려는 꼭 필요하다. 그럼 같은 메뉴인데 취향이 다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군만두와 찐만두처럼 같은 음식도 조리법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그 세세한 취향이 다르다면 의외로 고민이 된다.


어머니께서는 버섯을 볶은 뒤 한 김 식힌 버섯볶음을 식탁에 올리신다. 나는 그 반찬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자주 먹지 않았다. 더 맛있는 주 반찬을 더 좋아하기도 했지만, 찹찹하고 심심한 맛과 차가운 식감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버섯을 조금 다르게 볶아 먹고 싶었다.


수육을 준비하러 마트에 간 날, 뭘 해먹일지 고민하다가 마트 할인 코너에 버섯이 있어서 한 봉지 사 왔다. 어떻게 조리할지 고민하다가, 굴소스에 볶는 요리법이 있어서 따라 해 보았다. 버섯에서 물기가 나오니 최대한 닦아준 뒤, 버섯이 숨죽을 때까지 팬에서 볶아 주었다. 어느 정도 익으면 굴소스와 후추, 마늘을 넣으면 끝! 심심한 버섯볶음에 비해 자극적인 맛이라 나는 한두 번 먹을 것 같지만, 어머니 취향은 아니라서 안 해주실 맛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무던한 맛이 더 좋아지는 것 아닐까.


혼자서 밥을 먹을 때엔 어쨌든 내가 차려 먹어야 하니 나의 취향을 마음껏 녹여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지 않으면 하루의 낙이 사라지기 때문에, 밥 차리는 게 힘들더라도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 매일 다른 밥상을 준비하는 게 어렵다는 걸 깨달으니, 반찬 투정을 덜 하게 되었다. 나의 기호도 중요하지만, 밥상 차리는 사람의 노고를 인정해야 하므로 그걸 따라가게 되었다. 부모님과 함께 지낼 땐, 내 취향은 잠시 묻어두고 어머니의 솜씨를 믿어야 한다.


있을 때 잘합시다.

열아홉 번째 끼니 - 수육, 쌈 채소, 취나물, 버섯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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