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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새 Feb 09. 2024

취나물

열아홉 번째 끼니 - 2

우린 집에서 하는 음식과 바깥에서 사 먹는 음식이 다른 모습으로 나오는 경우를 한 번쯤 겪는다. 삼겹살, 스테이크, 파스타, 떡볶이 등의 주메뉴가 대체로 식당이나 배달 음식이 집밥보다 조금 더 근사하게 나온다. 하지만, 주요리가 아닌 밑반찬이 다른 모습으로 나온다면 어떨까?


지난주, 열아홉 번째 끼니를 만들기 위해 며칠 내내 고민하다가, 반찬가게에서 사 먹고 감동한 취나물무침을 직접 해 먹기로 결심했다. 여느 때처럼 블로그에서 본 요리법을 따라 만들었고, 사진을 남긴 뒤 맛있게 먹었다. 설탕을 넣어서 조금 달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 만든 것치곤 괜찮게 만들었다.


저녁을 다 먹고 나니,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들었다. 사진으로 찍은 취나물무침은 파란빛이 도는데, 반찬가게에서 산 취나물무침은 갈색빛이 돌았다. 무슨 차이가 있었을까? 반찬가게에서 구매한 나물이 너무 오래 둬서 색이 바랐을까, 된장을 섞어서 갈색빛을 입혔을까, 간장과 참기름을 더 넣어서 진한 색을 냈을까. 내가 산 취나물무침이 진짜 취나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다. 더 깊게 찾아보고 싶었지만, 명확한 해답을 얻을 수 없어서 그냥 물러났다.


집밥을 만들다 보면 시판 요리와 내 음식이 다르게 나올 때가 많다. 처음에는 왜 시판 요리대로 만들지 못했을까 좌절하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 요리인데 내가 사랑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나를 다독이게 되었다. 취나물이 파랗던 갈색이던, 김치찌개가 짜든 맵든 남이 먹을 음식이 아니니까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만든 요리를 내가 싫어하면 안 되듯이, 나의 장단점도 나의 일면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걸 자취 4년 만에 깨달은 나 자신, 칭찬해.


열아홉 번째 끼니 - 수육, 취나물, 쌈 채소, 버섯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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