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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새 Feb 02. 2024

수육

열아홉 번째 끼니 - 1

야매요리 : 정석이 아닌 요리법으로 만든 음식을 이르는 시쳇말


세상에는 수많은 '야매요리'가 많다. 만들기 어려운 일품요리일수록 더 쉬운 요리법을 찾는다. 그럼, 가장 대중적인 음식 중에서 야매요리법이 가장 많은 요리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각자 다른 답을 내리겠지만, 나는 수육이라고 생각한다. 수육 한 번 삶을 때마다 잡내를 잡기 위한 온갖 부재료를 넣고 몇 시간 동안 정성을 들여야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겐 그것도 사치 아닌가. 누구나 좋아하는 수육은 분명 맛있지만, 들이는 노력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힘과 노력을 줄이는 야매요리법이 다른 요리에 비해 많이 나왔다.


9년 전, 한 케이블 TV 프로그램에서 압력솥에 요구르트와 소주를 압력솥에 넣고 수육을 삶는 조리법을 소개해 주었다. TV에서 본 수육이 정말로 맛있어 보였기 때문에, 군대에서 휴가 나왔을 때 한번 해 보았다. 요구르트로 삶은 수육은 생각보다 맛있었다. 비록 수육을 제대로 삶는 법은 모르지만, 너무나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요리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로부터 2년 뒤, 교회 청년부 MT를 준비할 때, 저녁 메뉴로 수육을 먹고 싶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때 난 예전에 보았던 레시피가 생각이 나서 요구르트로 수육을 삶을 수 있다고 얘기했다. 나의 아이디어는 받아들여졌을까? 아니, 단번에 거절당했다. 다른 모든 이들에게 요구르트와 소주를 넣고 수육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었고, 나의 말만 믿고 처음 보는 레시피로 다 같이 먹을 요리를 만드는 건 말이 안 되었다. 그때 당시에는 정말로 속상했지만, 7년이 지난 지금은 웃고 넘길 수 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방식대로 세상의 정보를 취합한다. 어떤 사람들은 순리대로 올라가는 정석이 최고라 생각하고, 어떤 사람들은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되는 편법도 받아들이기도 한다. 예전에는 모든 사람이 나처럼 생각할 거라 착각했고, 그 때문에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사람들을 보고 짜증과 화가 치밀어올랐다.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단 걸 깨닫는 덴 오랜 시간이 걸렸다. 9년 전에 레시피로 만든 수육은 여전히 맛있었고, 이젠 이걸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겐 비법, 너에겐 비명.


열야홉 번째 끼니 - 수육, 쌈 채소, 버섯볶음, 취나물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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