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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새 Jan 26. 2024

꼬치 어묵

열여덟 번째 끼니 - 4

학창 시절, 남부러운 것 없는 집에서 자랐지만, 마음이 가난했던 나는 길거리 음식을 많이 먹지 않았다. 이런 음식은 나 혼자 먹는 게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먹어야 맛있는데, 오백 원 혹은 천 원 주고 나 혼자 즐기기엔 너무나 힘들었다.


혼자 먹기에 창피했던 나는 분식집을 홀로 지나쳤지만, 그래도 참을 수 없는 때가 있었다. 학교 가기 힘들었던 개학 첫날, 더 이상 학교 가지 않아도 되는 방학식 날도 그랬지만, 손끝이 아려오는 추운 겨울날이 되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뜨끈한 어묵 국물, 긴 꼬챙이에 꿴 평평한 꼬치 어묵을 먹으면 하루의 추위가 다 날아갔다. 어묵 국물로 뜨끈하게 불린 물떡도 맛있었지만, 그땐 그 맛을 알지 못했다.


더운 여름날보다 추운 겨울날에 외로움을 느끼는 건 왜일까. 몸도 쪼그라들면 마음도 쪼그라들어서였을까, 아니면 추운 날씨가 사람을 더 외롭게 만드는 거였을까. 광합성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식물처럼, 충분한 빛과 온기를 받지 못하는 겨울날엔 인간도 잘살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옆구리가 쓸쓸하고 마음이 고된 겨울날, 살기 위해 고독을 억눌렀던 나의 어린 시절을 달래준 꼬치 어묵과 어묵 국물에 감사를 전한다. 또다시 외로움과 쓸쓸함이 마구 터지는 겨울날이 되었다. 정감 넘치는 분식집이 사라지는 세상에서, 나를 달랠 어묵 꼬치는 어디에 있을까.


열여덟 번째 끼니 - 오야꼬동, 우동, 타꼬야끼, 꼬치 어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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