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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건축가 May 10. 2022

맘에 들다

  우리말 중 좋아하는 단어를 꼽으라면 나는 몇 중에 '맘에 들다'가 해당된다. 대상은 밖에 있는데 '마음 안으로 들인다'는 이 표현이 참 정겹고 인간적인 시점의 표현인 것이다. 소싯적... 겸손이라곤 1도 없었을 시기에 나는 이 '맘에 들다'에 해당하는 것만 찾았던 것 같다. 모든 기준이 내 안에 있어서 딱히 합리적 근거 없이 선호가 정해지고 그에 따라서 많은 판단이 이루어졌다. 돌이켜보면 많은 실수나 잘못들은 맘에 안 드는 것에 대한 표현의 결과물이 많았던 것이다. 

  요즘 나는 한 번씩 아들이 맘에 안 든다. 아들은 이번에 군 대체 복무지가 경주로 정해지고 학생이 아닌 군생활 겸 직장을 다니는 상황이 되었다. 평소에도 엄마로서 잔소리가 없었겠냐마는 독립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니까.. 상사 대면, 동료관계, 전공 공부, 친구들과 술자리 횟수, 장거리 운전.. 등등 나의 걱정거리가 쏟아졌다. 참다못했는지.. 대답을 게을리하던 아들이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잠시 멍했는데.. 맞다. 맞는 말이다. 지가 알아서 해야 한다, 그 정도 나이가 들었으면. 그래도 내심 며칠이나 섭섭했다. 나는 적절한 시기에 아들을 독립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다져왔는데 계속해서 내 울타리를 더 넓혀서 치려고 한 것 같다. 심지어 내가 경험 못한 부분까지 상상해가며 잔소리를 만들어 낸 것 같다. 우리 엄마는 나한테 안 그랬는데... 나는 아들을 믿고 존중하는 대신 걱정을 택했다는 자각이 들었다. 아들의 태도가 '내 맘에 안 든다'라고 며칠을 섭섭하고 나서야... 내 맘이 좁으니까 다 들일 수는 없고 맘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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