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럭이는 보건실 커튼

지금은 보건실, 과거엔 양호실. 떠올려보자 양호실의 추억을.

by 보건쌤 김엄마

펄럭이는 보건실의 하얀 커튼

파아란 색 철제 접이식 칸막이

베개와 이불 가지런히 놓인 침대

빠알간 소독약 포비돈

일회용 밴드와 하얀 붕대

소독약 냄새 파스 냄새

누구나 기억하는 보건실 풍경



학교에는 교실, 교무실, 행정실, 컴퓨터실, 과학실, 급식실 등등 다양한 실(室)들이 있다.


각각의 실들은 저마다 그 역할이 다르고, 그 실들 안에서 근무하는 교직원들 역시 각자의 명확한 역할들이 있다. 보건실! 과거에는 양호실이라 불리던 보건실을 생각해보자. 각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보건실에선 늘 혼자 근무하다 보니 외로울 때도 많다. 컴퓨터 앞에 앉아 출입문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오늘은 어떤 학생이 어떤 이유로 찾아올까 기다려지기도 하고, 오늘은 업무가 많아 바쁜데 아이들이 많이 안 오면 좋겠다~하는 마음으로 쳐다보게 될 때도 있다.


보건실의 위치는 대부분 1층 행정실과 교무실 교장실과 화장실 그 어느 사이쯤에 위치해있다. 누구든지 어떤 이유에서든지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이 용이한 위치에 있다.


응급실 물품 구비 상태에 비하면 세발의 피이지만, 학생들을 위해서는 나름대로 없는 게 없기도 하다. 두통과 어지러움증을 호소할 때는 혈압계가 나오고, 가시 박힌 학생이 오면 LED 확대경 라이트도 나온다. 화상을 입으면 화상처치를, 그 외에도 혈당체크, 산소포화도 체크, 심폐소생술 관련 물품도 착착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반창고, 연고, 타이레놀!


학생들은 어떤 문제가 있어 보건실을 찾아올까? 뭐, 당연히 아파서 온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다. 귀요미 초등학생들은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대체로 두 가지 표정이 보인다. 웃거나! 울거나!


중학생들은 다르다. (중학생들을 생각하면, 우선 숨 한번 크게 쉬고) 중학생들이 가장 많이 다쳐서 온다. 넘어지고 긁히고 찢어지고 부딪혀서... 학교폭력 관련 사안도 종종 벌어지곤 한다.


고등학생들은 조곤조곤 이야기하며 들어온다. 어디가 아픈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 비교적 분명한 편이다. 그래서 난 고딩들이 참 좋다.


보건교사는 간호대학을 졸업한 자들이다. 대학교에서 간호학을 전공했고, 보건교사 임용시험을 통과하여 1급 보건 정교사 발령을 받아 근무하거나, 임용시험을 보지 않고 대학 졸업증명서와 간호사 면허증 그리고 교육학을 이수하여 따놓은 보건교사 2급 자격증을 가지고 기간제 보건교사로 근무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기간제 보건교사, 후자이다.


이들 두 경우는 일단 근무하는 내용은 똑~ 같다. 정교사는 한 학교에 4년간 근무하고 로테이션을 하며 추후 연금을 받게 되고, 기간제 교사는 1년마다 새로운 학교를 찾거나 부름을 받아 이동하는 실정으로 월급여를 받는 것이 끝인 차이다. 병원에서 수년간 근무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다가 다시 시작한 업무가 보건교사 일이었다.


갑자기 수술을 받게 되어 보건교사 일을 못하게 된 옛 직장 선배님의 부름을 받고 임시로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껏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짧게는 3주, 한 달, 세 달 대타를 뛰기도 했고 기간제 보건교사이다 보니 1년을 주기로 이동하여 근무한다. 급한 일이 있어 자리를 비우는 친구, 선후배 부탁으로 짧게 짧게 근무하며 본의 아니게 매우 많은 학교를 경험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하루하루가 모여 각자의 역사를 이루듯, 나의 하루하루가 모여서 이렇게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아이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각색한 내용들이며 등장인물의 이름은 실제 인물이 아니므로 그저 재미나게 읽어주십사 부탁드린다. 상상력 충만한 내가 혼자 상상하며 놀던 이야기들을 풀어내어보려 한다.


오늘도 펄럭이는 보건실 커튼 아래에서

작고 귀여운 약상자들 반듯반듯 정리하며

어떤 아픔을 갖고 보건실을 찾아올지

귀하고 귀한 아이들을 기다려본다.



---언제든 오렴. 아프지 말구. 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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