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웃게 해 준 그늘 하나
삶은 소풍이라 했다
햇살은 참 말갔지만
바람은 어쩐지 쓸쓸했다
배낭은 너무 무겁고
신발끈은 자꾸 풀렸다
도시락은 눌려 터졌고
꽃잎은 금세 흩어졌다
함께 걷던 이는 목이 마르다며 돌아섰다
그럼에도 민들레는 피었고
누군가는
말없이 물을 건넸다
문득 알았다
꼭 소풍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란
사실은 고행이었어도 괜찮다
때때로
잠깐 웃게 해 준
그늘 하나 있었다면
삶은 소풍일까
고행일까
아니면
고행 끝에 만나는
잠깐의 소풍이었을까
"삶은 종종 소풍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정작 걷는 우리는 자주 묻습니다.
왜 이렇게 무겁고,
왜 이렇게 외로운지요.
가벼워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더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묻게 됩니다.
이건 정말 소풍일까,
혹은 고행일까.
하지만 어느 날,
무심히 피어난 들꽃 하나,
누군가 건네는 물 한 모금이
그 질문에 조용히 쉼표를 찍어줍니다.
꼭 소풍이어야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고행이라 해도,
그 안에는 때때로
소풍 같은 순간이 숨어 있습니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작은 기쁨을 품고,
다시 길을 걷습니다."
지금 당신이 어디쯤에 있든,
그 발걸음이 너무 무겁지 않기를.
그리고 언젠가,
그 하루가 소풍이었다고
작게라도 웃으며 기억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