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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엮어내기 12화

결정 장애, 그 반대편 이야기

너무 빨리 결정해 버리는 사람들

by 김챗지


늘 먼저 버튼을 눌렀다

방향도 모르고,
종착역도 모른 채

고민은
무거웠다

그 무게를 쥐기 싫어
늘 먼저 놓아버렸다

"이쯤이면 괜찮겠지"
"아무렇게나, 그냥"


핑계처럼 선택하고
도망처럼 결정했다


스쳐 간 길들
만지지 못한 마음들


쌓이고 쌓여

나도 모르게

발목을 잡았다

결정을 빠르게 한 만큼
세상은
나와 천천히 멀어져 갔다

어쩌면,

기다림이란 —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당신은 어떤 쪽에 가까운가요?
오래 망설이다 끝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주저 없이 선택해버리고 나서
뒤늦게 마음에 남은

무언가를 돌아보는 사람인가요?


결정을 빠르게 내린다고 해서
늘 용감한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고민을 견디지 못해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은 채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순간을 기억하나요?
조금만 더 머물렀다면
조금만 더 마음을 들여다보았다면
달라질 수도 있었던 순간들.


우리는 어쩌면
'망설일 수 있는 용기'를
배워야 하는 존재들 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당신 앞에 놓인 선택 앞에서,

조금 더 머물러 볼 수 있겠습니까?"


마음은 애초에
빠르게 정리되지 않는 것인데,
왜 우리는 자꾸
빠른 결정을 '성공'처럼 믿어버리는 걸까요.

조금 더 천천히,
더 깊이,
오늘 하루를 걸어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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