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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아 Jun 30. 2021

손으로 정원을 짓다

목단을 기다리며...



5.5일은 어린이날 인가?


패션업계에 있을 땐 본격적인 summer의 시작이었다.

반팔이 본격적으로 팔리는 낮 기온이 바야흐로 여름인 날이다.


그림을 그리면서부터는 5월 5일은 목단이 피는 주간이다. 꽃을 기다리는 날이니 완전히 다른 날이 되어 버렸다.


올해는 이상 기온으로 개화 시기가 앞당겨져서 4월 중하순에 이미 피기 시작하여 5월 5일 즈음에는 만개해 버렸다. 바람도 많이 불어서 얼굴이 구겨지기 쉽상이고 날이 좋은 날 겨우 찍어서 몇 컷을 건졌다.


강화도에 한옥을 가꾸시는 주인장께서 정원을 살뜰이 보살피시는지라 부탁하여 귀한 몇 컷을 받았다.

꽃이 피기를 기다리다가 요이땅 해서 바로 가서 볼 수 없으니 주인장의 수고로 목단이 아름다운 얼굴을 보여 주는 날 그 경이로운 순간에 그 얼굴을 보았다.

얼마나 탐스럽고 아름다운 얼굴인가... 목단의 꽃말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목단은 그 자태가 귀부인과 같고 품위가 이루 말할 수 없다.


photo by oboopark


이슬이 내린 꽃 잎은 말할 수 없이 고귀하고 순수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꽃을 바라보는 정원주인의 마음이 사진에도 전달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제일 먼저 하늘이 지은 목단을

두 번째로 아름답게 가꾸는 주인장에게 받아

세 번째로 손으로 짓고 있다.


하얀 꽃을 색을 바꾸어 짓는 중이다.


정원을 가꾸는 것은 하늘과 햇볕과 비인데

을 그리는 손으로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완성되길 기대하며 하루하루 짓는다.


목단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년 5월을 또 두근거리며 기다릴 것이다.

하늘이 그 아름다운 목단의 얼굴을 우리에게 내어주기를 기다리며 또 손으로 지을 것이다.




나는 하늘의 정원을 손으로 짓는 정원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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