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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엘 Oct 13. 2024

조각 조각낸 삶

D-24 log로부터 온 D-25 Log

읽지 못하면, 쓰지도 못하는 것은 소화되지 않은 감정 때문일 것이다.


어제 내가 읽지 못한 책은,
‘나’라는 책이었다.


담아내고, 또 담아내기 위해 매일을 들여다보지만, 여전히 소화되지 못한 감정들이 마구 올라왔다. 그 일에 객관성을 부여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객관성은 온데간데없이 주관만 더 뚜렷해졌다


‘이걸 꺼내기엔 무리겠구나! 힘들다, 꺼내지 말아야겠다 ‘


이러한 주관만 뚜렷해졌다. 인생의 금단 열매와 같은 일을 늘 일어난다. 뚜렷한 주관 아래, 담거나, 덮어두고 모른 채 하는 일들, 그 안에 담긴 것들에는 어마어마한 힘이 있다.


같은 인생이야기인데도, 삶을 뿌리째 흔들 그런 이야기들, 어쩐지 더 쓰고, 몸도 쓴 지 아우성을 치는 그런 이야기들, 그 쓰디쓴 일들이 소화가 되면 될수록 한 가지 배우는 것이 있다.


바로 ‘나’에 대해 배운다.


난 어떤 게 힘든 사람인지?

어떤 순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쓰러지고, 무너졌던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더불어 일어설 수 있는 힘은 무엇이었는지?


아직 배우지 못한 것들이 많다. 수많은 지식들 중 단연 가장 깊게 배우고 탐구해야 할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쓰는 동안 '나에 대한 탐구'는 이어져 갈 것이다.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부분도 들여다봐야 하는 여정들을 걷겠지만, 반드시 언젠가는 한 조각 한 조각 바라봐야 할 날이 올 것을 안다. 그때의 나를 퍼즐 맞추듯 한 조각 한 조각 뜯어서 골똘히 보고, 그 조각을 맞춰 넣어야 하는 자리에 맞춰주는 여정이 될 것이다. 


그 여정에서 오는 두려움은 다른 무엇보다, 마주하지 않아도 될 감정들을 마주하는 것 일터


나는 얼마 전, 한 영화를 통해, 두려움을 마주할 때,  내가 겪어야 하는 것들을 보게 되었다. 내 어딘가에 애써 감춰 눌러온 것들이 올라오자, 난 다시 공황에 시달려야 했다. 다시 찾아온 공황장애는 2달간 나를 괴롭혔다. 2달간 다시 약을 먹어야 했고.. 다시 나의 삶은 검은색으로 피폐해졌다. 그러나, 그 일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전에 나였더라면.. 왜 갔을까? 왜..라고 혹은 전으로 돌리고 싶어 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묵묵히 말한다.
지금이 아니어도 언젠가 찾아올 일이었어..

라고 말이다. 


묵은 감정들을 되돌아보는 일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다시 시작한 상담을 통해서, 나는 해 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고 넌지시 말해주셨던 상담 선생님, 


그렇다 우리는 해볼 수 있는 용기를 지녔고,
그 용기가 해낼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갑자기 삶의 큰 일을 겪게 되거나, 그와 버금가는 일을 지금 겪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일은 일어났고, 결과도 일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젠간 찾아올 일이 지금 찾아왔다고 해서, 왜 지금 왔냐고.. 할게 아니라, 지금이 아니어도 언젠간 올 일이 왔구나! 하면 된다. 그리고, 그 일을 겪고 있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을 하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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