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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처입은 치유자 Sep 17. 2021

내가 가끔 스타벅스에 가는 이유

평소 프랜차이즈 카페의 정형화된 맛보다는 특유의 손맛으로 내리는 커피가 있는 카페를 선호한다.
마침 동네에 그런 카페들이 있어서 평소에 글을 쓰거나 만남을 위해 종종 방문을 한다. 

그런데 내게는 맛도 그다지 스페셜하지 않고, 가격도 사악하기 그지없는 스타벅스에 일부러 가야만 하는 날이 있다. 

식당에서의 혼밥은 물론이거니와

길거리를 걸어 다니며 김밥까지도 혼자 잘 먹을 정도로 심하게 씩씩하던 나인데

언제부터인가 혼자 어디서 무엇을 하는 것이 몹시 어려워지는 경우가 생겼다.
심지어 지금은 애가 둘이나 있는 아줌마인데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전날 밤까지 정리하지 못한 마음의 짐들이 물에 젖은 솜처럼 밤새 불어
내 온 삶을 송두리째 짓누르는 것 같은 날,

짓눌린 무게만큼 내 자존감의 무게는 깃털만큼 가벼워 누구라도 훅 불면 금방 날아갈 것 같은 날은
'혼자' 카페에 앉아 있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 된다.

때로는 혼자인 것이 어떤 수치심으로까지 느껴지곤 했다.


동네 카페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두서넛씩 모인 사람들, 

어차피 그네들의 이야기를 나누느라 나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내가 '온전한 나'로 마주하기 어려운 날은 
혼자인 내가, 아무도 보지 않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와 나의 외로움을 더 자극시킨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날은, 혼자 있는 것이 작가의 필수조건을 충족시킨 듯하여 만족감이 드는데..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날에 혼자 있는 것은.. 만날 사람도 할 일도 없는 영락없는 낙오자의 실체이다.


스타벅스에 가면,

혼자 앉아 책을 읽든 업무를 하든.. 혼자인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 군중 속에 숨어 스며들기 딱 좋다. 그래서 잠시 나의 고독을 잊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날은 솔직한 글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 아픔을 숨기려고 여기 와 있기 때문이겠지..

몇 자 두들겨 보지만 아픔이 더 진하게 베어 나올 뿐.

쓰기보다는 오히려 다른 글들을 읽고 마음의 위로를 받기를 선택한다.


커피는 삼켜도 외로움까지 같이 삼킬 수는 없는 오늘.

나는 지금 여기 스타벅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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