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이럴 때 화가 나?
**Think about Yesterday
학교에서 세션을 마친 뒤, 집에 돌아온 시각은 PM 5:15.
집에 오자마자 아이들은 내게 뛰어와 배가 고프다고 큰목소리로 말한다.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바로 앞치마를 두른 뒤 밥을 차려내느라 두 손과 발이 바쁜데, 내게 배고프다고 한 이들은 그때부터 내게 원하는 것을 말했으니 이제 각자만의 놀이를 하고 있다.
이제 슬슬 화가 오르기 시작한다.
나는 밥을 차릴 때, 가족들이 도와주지 않고 혼자 이것저것을 하고 있을 때면, 솔직한 심정으로 열이 난다. 가만 깊은 나와 대화를 해보고싶다. SNS나 매체에서 아이들을 위해 행복하게 밥하는 엄마가 얼마나 많은지. 나는 왜그렇게 헌신과 섬김에 약한 사람인걸까.
나는 내가 고생하고 있을 때(난 사실 식구들을 위해 밥을 차리고 요리를 한다는 행위가 미안한 말이지만 별로 즐겁지가 않다. 누구는 요리하는 것이 그렇게 행복하다는데, 나는 말그대로 그대들을 위해 하는 행위일 뿐이다. 그래서 밥을 차리는 것을 고생이라 표현해본다.) 그것을 본체 만체 하고 도와주지 않는 것을 굉장히 섭섭하게 여긴다. 나는 왜 그럴까.
10여년전, 직장에서 근무할 때가 생각난다. 행정처리 중 하나가 잘 풀리지 않아서 크게 고생 중이던 날이 있었다. 거의 밤을 새가기 직전인데, 옆에 앉아있던 동료가 거들떠보지도 않고 본인 할 일만 묵묵히 하는 거였다. "아이고, 괜찮아요?" 따위의 말 한마디도 묻지 않은 채. 급기야 난 나중에 그 동료에게 화가 났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일축해버렸다. 그리고 그 사건이 지금도 기억나는건 나를 돌아보기를 잘해왔던 나는 20대의 날들에서도 그때의 나를 돌아보면서, 그 동료는 자신의 방식대로 나를 배려하여 묻지 않은 것일 수 있겠구나 깨달았기 때문이다. 멋지게 생각은 해냈지만, 오늘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왜, 나는, 나를 돕지 않을 때 화가 오르냐는 단순한 명제이다.
게리 채프만의 사랑의 언어 5가지 중( 함께하는 시간, 선물, 스킨십, 인정하는 말, 봉사)에 나의 사랑의 언어는(내가 받고자하는) 봉사다. 나는 남편이 나를 위해 무언가를 행동해줄 때 감동하고 기쁘다. 정말 고마운 마음이 저기 밑에서부터 일면서 사랑의 마음이 더 크게 솟는다.
다시 돌아와서 밥을 차려내다가 슬슬 열이 올라오면, 나는 예쁘지 않은 목소리로 아이들과 남편에게 그렇게 말하고 만다. 숟가락 놓고, 상차리는거 같이 해야지,~~ 라고.
착한 나의 남편은 빠른 걸음으로 주방에 와주고, 아이들은 느릿느릿 해야할 일을 하는데, 어느 날은 내 잔소리가 길어지기도 한다.
내가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이라는 것은 스스로 정말 잘 알지만, 내가 헌신과 섬김에 매우 약한 사람이란 것을 잘 알지만, 한번 있는 힘껏 섬겨주면 어떨까.
아이들이 주섬주섬 오지 않아도, 놀고 있더라도, 아무말 하지 않고 한번 견뎌보는거다. 그리고 같이맛있게 밥을 먹으면 어떨까.
사실 난 그랬다. 엄마가 차리는것을 뭐 언제 그렇게 (현재의 내가 바라는 모양새대로) 뛰어가서 엄마를 도왔나. 오늘은 밥을 차려줄 때 기쁜 마음으로 한번 임해보자.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나 한번 봐보자.
아이들이 너무 제 할일들에만 집중해서 나를 홀로 내버려두는것 같은 기분이 올라오고 너무너무 말해야지 안되겠다 싶으면, 조금 이쁜 목소리로 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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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여기까지 쓰고, 잠깐 화장실 들렀다 남편 밥 차려주고, 차로 데려다드리고 와서, 아이들 밥차려주고 있었는데 수아가 모니터를 켰다가 이 글을 읽었나보다. 수아야 밥 먹어야지 하는데 이 글을 읽고 울고 있다.
깜짝 놀라서 왜 우냐고 물어보니 이 글을 읽었단다. 나도 놀랐고 수아도 놀랐고 서로 놀랐다. 왜 우냐고 물어보니 감동적이라고, 미안해서 울었다고 한다. 이런이런 나도 미안해서 글을 쓰고 있었던건데.
오빠를 데려다주면서 계속 생각해보았다. 나와의 깊은 대화...를 통해서 얻게 된 것 하나는, 내가 그닥 선호하지 않는 일에서의 섬김에서 나는 약해진다는 것.
새벽마다 남편을 요 앞까지 픽업해드리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잠시지만 오빠와 함께 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돌아오는 길, 새벽 차 안에서 듣는 노래와 풍경도 좋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평생 해야한다는 것 앞에서의 거대한 명제 아래 나는 이미 결혼 전부터 지레 겁을 먹고 있었고, 이제야 뚝딱뚝딱 처리하여 뭔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 과정이 기쁘지는 않은 것. 내가 기쁘지 않은 일을 기쁘게 만들 도리야 10년 해봐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이제 내 마음의 상태와 온도를 조금 바꾸고자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일단, 작은 목표는 오늘, 밥 차릴 때, 이쁜 얼굴 표정 미소로 차릴 것. 슬슬 빨간것이 올라오려고 하면, 이쁜 목소리로 아이들을 불러모을 것. 일단 이 정도만 해보자.
**Today's to do
-서적 외부 디자인 컨펌하기
-책 처음부터 찬찬히 읽어보면서 오타 점검 및 글 이동 등 내부적인 수정
-교육청 사업 피피티 확인, 보조강사들에게 피피티 전달, 학교 상담 선생님께 척도 전달
-늘봄 선생님께 일지 전달
-아이들과 기쁘게 밥 차리고 행복하게 밥먹기
**셀프칭찬
-이틀차 성공. 칭찬 칭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