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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과이분의일 Mar 17. 2024

우울을 이겨낼 수 있을까

최신 근황과 털어놓기

 스물하나, 대학교 2학년이 됐다.


 그리고 나는 최근 우울감이 늘어났다. 개강을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그런 건지 일주일 중에 행복하다고 느낀 적이 단 하루 뿐이었다. 끼니도 입맛이 없어서 제대로 챙기지 않았고, 잠도 잘 못 잤다.


 식사의 경우에는 뭐가 먹고 싶어도 기숙사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아 그냥 걸러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뭘 먹어야 하는데 먹고 싶지 않은 거다. 입맛이 뚝 떨어졌다고 해야 할까? 무언갈 내 입에 넣는 거 자체가 싫었다. 배고파도 맛있는 음식보다는 그냥 대충 에너지만 채울 수 있는 걸 원한다. 배고픈 것도 일정 시간만 지나면 괜찮아지니까 그냥 버틴다. 그리고 이게 며칠 반복되다 보니 식사에 강박이 생긴 것 같다. 배고파도 밥을 아예 안 먹는다.


 잠은 더 심각하다. 할 일을 내내 미루다 마감 기한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 하다 보니 늘 새벽에 하게 되었고, 거의 하루에 4-5시간 정도만 잤다. 심지어 일찍 잘 수 있는 날에는 잠이 오지 않아 30분-1시간을 뒤척이다 자거나 그런 날은 꼭 중간에 계속 깼다. 수면 패턴이 잔뜩 망가졌다.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한 증상은 내가 봄이 오는 게 싫다고 생각한 것이다. 진짜 정말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봄이 안 왔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


 사실은 요즘 아예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해가 매일 뜨는 게 싫다. 내 존재가 갑자기 지운 듯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정말 정말 하면 안되지만, 학교를 오고 가는 버스가 나를 살짝만 다치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저 생각이 들자마자 상담센터 예약을 잡았다. 이 우울감이 그냥 넘어갈 우울감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나는 봄을 좋아하는 걸 넘어서 사랑한다. 솔솔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도 그렇고, 나뭇잎이 연두색에서 초록색으로 변해가는 것도, 햇갈이 유독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도, 무엇보다 목련과 개나리, 벚꽃과 같은 꽃들이 피는 게 너무 좋다.

 

 그런데 이번 봄은 하나도 기대가 되지 않는다. 여름도, 가을도, 거울도 안 왔으면 좋겠고 영원히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다. 대인관계가 나빠진 것도, 가족들과의 관계가 나빠진 것도 아니다. 변한 건 개강과 나의 나이, 학년 뿐인데... 나도 날 모르겠어서 더 우울하다.


 아까는 가만히 누워있는데 눈물이 났다. 슬픈 감정이 마구마구 나오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눈물이 뚝 멈췄다. 전에는 그냥 엉엉 울었는데, 이젠 우울하고 슬퍼도 눈물이 잘 안 나온다. 나오다가도 금방 사그라든다.


 할 일은 또 얼마나 하고 싶지 않은지 모르겠다. 미루고 미루다 한다. 릴스, 유튜브를 번갈아가며 보면서 시간을 잔뜩 죽인다. 그러고도 하기 싫어서 평소 하지도 않는 산책을 했다. 산책을 하면서 심란한 생각들이 잔뜩 머리를 뒤덮어서 더 어지러워졌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마음이 달라진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잔뜩 샘솟아서 할 일을 한다. 배고픈 것도 느끼지 못하고 일을 막 하다가 끝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우울해진다. 왜 이런지 모르겠다...


 전처럼 내일이 오는 걸 기대하고 싶다. 상담 받고 나면 좀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면서... 자야지. 자고 나면 이 우울감이 조금은 나아졌으면 좋겠다.


 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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