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 매거진>은 골치 아픈 일 말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을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야. 한 번 들어볼래?
오늘은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게.
난 여행을 그렇게까지 즐기는 유형은 아닌 것 같애.
물론 여행은 즐겁지.
그런데 정기적으로 여행을 가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한 사람도 있잖아. 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야.
난 동네 산책만으로도 많이 해소가 되는 스타일이지.
여행을 신나게 계획하지도 않는 편이어서 그냥 가서 하고 싶은 대로 하자, 하기 때문에 여행 준비 하면서 느끼는 설렘 같은 것도 많지는 않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떠난 여행은 즐거워.
아, 여행이라고 하면 해외여행만 생각하는 사람도 간혹 있더라.
나는 해외여행은 언제나 정말 가고 싶다고 이상적으로 생각하면서도, 내가 실제로 갈 생각을 하면 진짜 안 가고 싶어.
써놓고 보니 좀 이상한 말이긴 한데 진짜 그래.
유럽여행, 남미여행 이런 걸 머릿속으로 떠올리면 진짜 아름답고 자유롭고 이런 이미지인데,
실제 내가 간다고 하면 동행인이랑 예상할 수 없는 미래의 일정을 일단 맞춰야 되고(여기서부터 자신없다 벌써), 몇 달 뒤의 비행기랑 숙소를 예약해야 되고(여행사 단체여행 맡길 스타일이긴 한데 일단 상상이니까), 회사에서 연차나 업무조정 미리 해야 되고(으악). 이런 걸 할 생각을 하면 엄두가 안 난다니까.
비행기 타는 것도 엄청 싫어해. 공중에 떠 있다는 그 느낌이 싫고, 이륙이나 착륙도 무서워.
그래서 오히려 국내여행을 좋아해. 1박 또는 2박짜리. 예약 필요없이 가고 싶을 때 훌쩍 차 끌고 갈 수 있는 정도의 여행.
낯익은 간판들이나 풍경이 있다는 것도 좋아.
여기선 내가 못 할 것이 없다는 안정된 느낌이 들면서도 우리 동네랑은 다른 새로운 공간이라는 프레쉬함도 느낄 수 있는 여행 말이야.
아무래도 내가 영어를 잘 못해서 그런가 봐.
외국 가서 택시 타거나, 흥정해야 하거나 이런 상황이 오면 난 돈 내고 걱정 지옥에 온 것과 가까워.
당황해하면서 마음 졸일 걸 생각하니, 음, 역시 불편해.
차라리 내가 예측 가능한 범주에 있으면서 마음은 평온하고, 대신 기존의 시간 관념에서 벗어나 변칙적인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느낌에서 오는 여행의 즐거움이 나에겐 더 매력적이야.
평소라면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또는 집에서 설거지하고 있을 시간인데 바닷가를 걷고 있다던지, 또는 아름다운 정원을 구경한다던지 이런 것이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낭만 포인트인 것 같아.
이야기하면서 깨달아 가는 건데 난 특별한 활동이나 이벤트가 없어도 여유롭고 한가로운 바이브 자체를 경험하러 여행을 떠나는 사람인 것 같애.
그래서 좋은 숙소 같은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고, 숙소에서 편안함와 여유를 느끼는걸 더 좋아하는 듯해.
호텔보다는 펜션에서 고기구워 먹는 게 더 좋달까.
나이가 더 들면, 지갑에 여유가 있으면, 일정 조정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면, 영어를 더 잘 한다면,
해외여행에서도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과연?)
여튼 지금 상태와 기분으로는 자주는 못 가지만 한 번에 길게 가는 여행보다는 짧지만 자주 가는 여행이 더 좋고 기대가 되네.
여행 이야기 하다 보니까 이번 주말에 또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넌 여행지에서 모르는 사람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스타일이니?
휴양보다는 액티비티를 즐기는 걸 더 좋아하니?
오늘은 평소 가고 싶었지만 아직 한 번도 못 가봤던 여행지의 사진을 찾아보면서 한껏 말랑해져 보는 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