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약을 먹기 시작한 첫날,
아이와 데이트

조마조마한 마음.

by 책먹는여우랄라


선생님과의 상담, 처방

그리고 다음 날,

큰 아이가 어디든 나가고 싶다고 한다.

사춘기가 시작되고 나선 엄마보다 친구와의 나들이를 더 선호하는 아인데,

오늘따라 엄마와 나가고 싶다니 기뻤다.

그래서 마음이 바뀌기 전에 곧장 나가자며 바로 몇 군데를 선정해 골라 보라 했다.

아이는 코로나 때 자연을 품은 백화점이란 이색 공간으로 유명해진 그 백화점을 골랐다.

오랜만에 가는 아이와의 데이트라 나도 한껏 들떴다.

그런데, 집을 나서려는데 덜컥 겁이 났다.

그곳에 가려면 대중교통을 40분 이상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나는 내 상태에 대한 인정이 덜 된 건지 아니면 나만의 긍정이 늘 나를 안위하게 만드는 건지

순간 아침에 먹은 약의 효과를 가늠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가늠해 본다는 마음.

그것이 더 큰 문제였을까? 오히려 더 내 심장과 방광에 집중하게 됐다.

어떤 반응이 올까? 정말 괜찮아지는 걸까?

처음엔 기대하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갑자기 내 옆에는 내가 가장 아끼는 딸이 있다는 생각을 하니 달라졌다.

긴장이 순식간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딸 앞에서 초조해하며 요의를 참을 수 없어 버스를 세우게 될까 봐.

그러다 결국 엄마가 요즘 증상이 이러이러하다고 말해야만 할까 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가족들은 얼마나 놀라고 걱정할 것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다시 가슴이 뛰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증상에 대한 두려운 증상. 증상에 따른 2차 증상인 것이다.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창밖을 봤다. 시간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간절히 바랐다. 오늘은 약이 효과를 발휘하기를.

발휘해야만 한다. 불안과 요의가 습격하면 안 된다. 나는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 또 창밖을 보며 지나가는 배경에 집중도 해보고 아이와 여러 이야기도 나누어 보고 때론 휴대폰 동영상에도 집중해 보았는데, 버스에서의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약 때문인지 안절부절 못 할 만큼 두근거리진 않았다.

아직 나의 증상도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지 약의 효과도 신뢰하지 못하겠다. 그래서인지 한편으론 어쩌면 그 약은 아무 약이 아닐 수도 있단 생각을 다시 해본다. 플라시보. 내 마음의 안정? 안녕?을 위한 약은 아닐까. 겨우 일주일 먹고 무엇이 좋아질 수 있을까? 약을 먹은 첫날부터 그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는데 말이다.

그러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나란 사람은 플라시보 효과도 기대하기는 글렀다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의 말과 약의 효과를 전적으로 믿어야 플라시보도 기대할 수 있을 텐데, 이렇듯 불신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생각들을 수없이 하고 있는 나를 옆자리에 앉은 아이는 모를 거다. 아니 모르길 바란다.

긴장과 생각, 심호흡과 마음의 환기를 뒤죽박죽 번갈아 하다가 40여분 후 버스에서 내렸고

다행이고 그렇게 그날은 다소 불안하기는 했지만, 여러 번 버스를 갈아탐에도 별 탈 없이 아이와 손을 잡고 돌아다닐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무탈하게 하루를 보낸 것이다.

그러나 아직 나는 버스를 타거나 갇힌 공간에 갈 때 시험을 치르듯 긴장을 몰고 왔다가 다시 긴장을 몰아내려 애썼다가 잠깐 잊었다가 다시 또 긴장을 몰고 오고 몰아내고를 반복한다. 이 모든 것이 진짜 몸에서 오는 건지, 마음에서 오는 건지 분간할 수 없는 상태로.

오늘도 안전하게 지나간 것이 약 때문인지 나의 마음 때문인지도 알 수 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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