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논쟁
몇달동안 이어온 끈질긴 논쟁은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집 근처의 시골길에는 커다란 과수원들이 종종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다니는 커다란 도로 옆에 있는 과수원은 거리가 가깝기도하고 도로에서 시야를 가릴만한 그 어떤 장애물도 없다. 고맙게도 조금만 가면 고가도로를 타고 올라가 탁 트인 드넓은 과수원의 풍경을 완벽하게 만끽할 수 있다. 철이 지날 때마다 색다른 모습을 연출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고 또 담는다.
광할한 과수원에 줄지어있는 나무들은 봄이 되면 나뭇가지에서는 새싹들이 돋아나고 싱그러운 잎사귀들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일듯 말듯한 꽃들이 피어난다. 꽃모양이 작아 달리는 차안에서 선명하게 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꽃이 지고 나면 작은 열매들이 맺히는데 그 모양이 아주 작아 먼거리에서는 전혀 알아볼 수가없다. 그렇게 여름이되면 연둣빛의 이파리들은 진초록을 띠며 점점 자라나고 작았던 열매들은 어느정도 눈으로 식별할 수 있을만큼 자라난다. 우리의 논쟁은 이 때부터 시작이었다. 햇살이 내리쬐던 어느 여름날부터.
빨갛고 작은 이 열매들을 놓고 서로 사과네, 체리네라며각자의 발언을 하느라 늘 이 길을 지날 때면 차 안에서 소란을 떨었다. 예전 집에서 사과나무와 체리나무를 모두 키워보았으나 가까이 가서 눈으로 확인을 하지 않는 이상 고집을 부릴 자신은 없었다. 내 눈엔 분명 사과나무였음에도.
열매들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가을이 되니 눈에 선명하게 들어올만큼 본연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나의 자신감은 점점 강해졌고 때마침 그 도로를 다시 지나갈 때였다. 우리는 더이상 지체하지않고 도로에 잠시 차를 정차하고 차에서 내렸다. 펜스가 둘러진 지점까지 이르러 눈으로 목격을 했다. 이것은 분명 사과였다. 좀 더 정확하게 구분하기 위해 핸드폰 카메라를 줌으로 놓고 찍었다. 역시나 나의 예상은 빗나가질 않았다.
차 안에서의 승자는 눈을 크게 부릅뜨며 큰소리를 쳤고 패자는 아무말없이 겸연쩍은 웃음만 지었다.
삶은 그냥 유치함이다.
Photo by Eunjoo D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