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떠나지 않으면 다음 목적지에서 숙소를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러한 순례자들의 부지런함은 경쟁이라는 현실적 이유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향은 숙소 사정이 여유로운 비수기에도 이어지고 있으니 이는 순례자들이라는 특정 인종에만 있는 DNA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자전거를 탄 나는 여유롭다. 어차피 아침엔 화장실도 붐비고 부엌도 붐비는데 늦잠이나 조금 더 자두는 편이 이롭다.
아침도 거르고 서둘러 길을 떠나려는 한국청년 둘을 붙잡아 놓고 아침을 먹자고 제안을 했다.
라따뚜떼 - 오래전 배낭여행 중에 만난 프랑스 청년이 해 먹던 요리를 어깨너머 배운 것인데 거의 컵라면 수준으로 조리가 간편 신속하다. 양파, 가지, 홍당무, 호박, 감자, 햄이나 소시지등을 숭숭 썰어 후라이팬에 기름 넣고 익히면 끝이다. 그 위에다 치즈가루나 계란을 덮으면 영양 만점 훌륭한 요리가 된다. 게다가 어제 주워 온 밤을 더했으니.....
청년들은 사과와 바게트 빵을 내어 놓으며 화답을 한다.
그중 20대 초반의 여성은 싱글맘으로 이번 여행이 그녀의 첫 번째 해외여행이란다.
그녀가 구사하는 구어체 문장의 행간에는 그녀가 미혼모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낯선 한국 사람하고 대화를 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초면임에도 사적인 질문을 하거나 도를 넘은 조언이나 비판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으니 말이다.
반면, 순례길에서 만난 서양인들과의 대화는 그녀를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한다고 한다. 더군다나 자신의 영어를 그 들이 이해하고 그 들의 영어를 자신이 이해하는 것이 신기하고 신나기만 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 번 여행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 것이다. 왜 아니 그럴까? 젊은 날 나의 첫 번째 외국 여행도 비슷한 경험을 가져다 주었다.
Melide라는 곳에서 점심으로 갈라시아 지방의 요리 문어요리를 먹었다. 요리래 봐야 문어를 삶고 그 위에다 약간의 이름 모를 붉은 가루 소스를 친 게 전부다. 더불어 마시는 맥주나 와인이 마치 피아노의 C 건반과 D 건반을 함께 두들길 때 나는 불협화음을 듣는 기분이다.
반면 우리의 문어 요리, 문어무침이나 문어볶음등은 얼마나 다양한 프로세스를 거치는 고도화된 문명의 소산인가 깨닫는다...... 시큼한 문어 초무침에 소주 한잔, 매콤한 문어 볶음에 시원한 맥주. 완벽한 하모니이자 아름다운 맛의 선율이다...
<스페인 식사는 세 가지 메뉴가 나온다. 요리 하나, 마실 것 하나, 그리고 바게트. 바게트는 기본이라 별도로 지불하지 않는데 유독 이 식당에서는 2유로를 받았다.>
목적지 Arzua에서 어떤 캐나다 사람을 만났다. 같은 숙소에 묵고 있는 그를 식당에서 만났다.
식도암에 걸려 몇 번인가 수술도 받고 항암치료도 했는데 그 때뿐. 좋아질 듯하다 도지고 반복하길 몇 차례... 지치기도 하고 절망도 하다가 순례길을 떠났다고 했다. 체력이 남과 같지 않아 자전거를 끌고 그 위에 짐을 싣고 다닌다. 처음에는 하루에 10여 km만 이동을 했는데 이제는 하루에 20-30km를 이동하고 무엇보다 기분이 좋고 건강도 좋아진 것 같다고 좋아 한다. 아! 성자 야고보의 축복이 있기를....
때로는 종교나 믿음이 필요하다. 그것은 진실의 문제도 아니고 논리의 문제도 아닌 실질의 문제이며 희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성의 영역이 아닌 감성의 영역이며, 좌뇌의 소관이 아닌 우뇌의 소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