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의 나이, 예순다섯>
긴 세월 얽매였던 사슬을 끊고
경쟁과 생존의 굴레를 벗어나
이제는 아무것이나 해도 좋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만 나갈 필요도 없고
제자리에 머무를 필요도 없이
게으른 마음으로
느릿느릿 남은 길 간다.
높은 봉우리 올려다 보이는
깊은 계곡 어디나
깊은 숲 속의 평온함
안개 낀 강변의 정적
거친 바다와 불타는 황무지
어쩌다 가슴이 멈추는 곳에
정처 없는 순례자 쉼터를 잡고
늦은 아침, 지루한 일상 속
뒤뜰엔 오골계 몇 마리
양지 속에 졸고 있는 푸들 강아지
나의 자유로운 그림자는 어느덧
저녁노을에 길게 드리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