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K-문제집 11화

대리자존감 시리즈 1부: 한국인의 자존감 딜레마 해부

경제는 세계 톱, 마음은 왜 바닥?

by 슈퍼T

삼성·BTS·손흥민 덕분에 자존감 만렙?! 그런데 왜 내 삶은 그대로일까?


세계 10위 경제대국, 그런데 왜 ‘속빈 강정’인가?

대한민국은 2025년 기준 세계 10위 경제대국입니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대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BTS와 손흥민과 같은 문화 및 스포츠 스타들은 전 세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들은 국가 브랜드를 빛나게 하고,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 브랜드와 국민 개개인의 삶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합니다. OECD가 2018년에 발표한 학생 웰빙 평가(PISA) 결과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의 자존감은 OECD 평균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그들은 '나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부족하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OECD 최고 수준에 속합니다. 이러한 통계는 우리 사회가 경제적 성장에 비해 개인의 마음 성장에는 소홀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한국의 청소년들은 학업 성취도에 비해 정신 건강 지표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약 30%가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으며,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20%를 넘었습니다. 이는 경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현실은 단순한 통계적 현상이 아닙니다. 이는 사회 구조, 교육 시스템, 문화적 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우리는 세계 시장에서 삼성의 반도체와 현대차를 성공시켰지만, 청소년 한 명, 직장인 한 명의 자기 신뢰와 삶의 만족도까지는 책임지지 못했습니다. 경제적 성취와 자존감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를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이 간극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왜 대한민국은 글로벌 경제에서 눈부신 성과를 내면서도, 국민 개개인의 마음속 만족과 자존감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요? 다음 장에서는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통해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대리 자존감’이라는 달콤하지만 독한 마약

한국인의 자존감은 종종 ‘나 자신’만으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타인의 성공에 기대어 느끼는 ‘대리 자존감’이라는 심리적 메커니즘에 깊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손흥민이 토트넘 경기에서 골을 넣는 순간, 한국 축구 팬들은 마치 자신이 골을 넣은 것처럼 환호합니다. 실제로 경기 직후 SNS에는 “오늘 내가 골 넣었다”라는 농담 섞인 글들이 쏟아지며, 개인적인 성취와는 무관하게 자존감이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의 흥분이 사라지면 현실에서의 자기 효능감과는 별개로 일상적 불안과 스트레스가 다시 찾아옵니다. BTS 팬덤, 특히 청소년 팬층에서는 아티스트의 성취가 개인의 자존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BTS가 미국 빌보드 차트 1위를 달성하면 팬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위상 상승을 체감하며 자존감이 올라갑니다. 그러나 동시에 학업, 진로, 사회적 경쟁에서 느끼는 실패감과 비교되어 실제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감은 크게 향상되지 않습니다. 삼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낼 때, 한국인들은 ‘우리 회사가 아니라도 내가 그 성취의 일부인 듯’ 느끼며 자부심을 경험합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출 실적이 세계 1위를 달성하면 경제 기사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우리나라가 최고”라는 반응이 나오며 개인의 성공 경험 없이도 일시적인 자존감을 채웁니다. 하지만 이 역시 자신이 실제로 이루어낸 성취와는 거리가 있어 지속적 자존감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이처럼 타인의 성취를 빌려 마음을 달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기분을 좋게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대리 자존감은 ‘내’가 아닌 ‘남’의 성공에 기대어 자존감을 채우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성취를 빌려 마음을 위로하는 것은 마치 달콤하지만 결국 내면의 공허와 불안을 감추는 독과 같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와 관련된 개념으로 ‘자아 동일시(identification)’를 설명합니다. 이는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는 대상을 통해 자아를 확장하는 심리적 현상입니다. 여기서 ‘대리 만족(vicarious gratification)’은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타인의 성공을 자신의 성취처럼 느끼는 심리적 보상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삶의 만족도가 6.06점으로, 38개 OECD 국가 중 33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OECD 평균인 6.69점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특히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19세에서 29세 사이의 청년층은 평균 6.5점의 삶의 만족도를 보였으나, 60세 이상의 고령층은 평균 6.2점으로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경제적 지위나 나이와 상관없이 삶의 만족이 충분히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이기도 합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7.3명에 달했습니다. 또한 정신 건강 치료를 받는 성인 수는 2017년 320만 명에서 2022년 430만 명으로 약 35%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통계는 한국인들의 정신적 불안과 삶의 만족 부족이 단순한 개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달콤하지만 독한 대리 자존감은 일시적 만족을 줄 수 있으나, 개인의 내적 성장과 자기 효능감 형성에는 걸림돌이 됩니다. 결국 한국인은 외부의 성취를 통해 자존감을 채우는 동안, 자신의 삶과 내면의 힘은 충분히 개발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역사와 문화가 빚어낸 감정의 덫: 유교 집단주의와 국가주의

한국인의 대리 자존감과 집단 정체성은 단순한 개인 심리 문제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수백 년간 형성된 역사적·문화적 배경 속에서 뿌리내린 사회적 구조와 관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조선시대 유교 문화는 ‘나’보다 ‘우리’를 중시했습니다. 가족과 지역 공동체에 대한 충성과 위계질서가 강조되었으며, 개인의 욕구와 자율적 선택보다 집단과 사회의 조화를 우선시했습니다. 유교적 가치관 속에서 개인의 자아는 공동체 속에서 확장되거나 억제되었고, 이는 개인 자존감이 집단 성취와 밀접하게 연결되도록 만드는 심리적 토대를 제공했습니다. 예를 들어, 효와 충을 강조하는 사회적 규범은 개인이 자신의 성취보다 가족과 집단의 명예를 우선시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습관은 현대에도 흔적을 남겨, 사람들은 타인의 성공이나 집단의 성취를 통해 자신의 자존감을 확인하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제국은 ‘내선일체’ 정책을 추진하며 조선인을 일본과 동일시하도록 강제했습니다. 이는 개인에게 강제적인 집단 동일시 경험을 남기면서, 자신보다 큰 집단 속에서 존재를 확인하도록 만드는 구조적 압력을 만들었습니다. 반면, 독립운동 진영에서는 강력한 ‘민족’이라는 집단 정체성이 저항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집단을 중심으로 한 정체성과 자존감 형성이라는 한국 사회의 심리적 구조를 강화했습니다.

1960년대에서 1980년대에 걸친 압축 성장 시기, 국가주의는 ‘국가 성장=개인 생존’이라는 공식을 사회 전반에 심었습니다. 경제 개발과 산업화가 개인의 생계와 직결되면서, 국민은 국가의 성공과 성취를 자신의 삶과 직접 연결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개인의 목표와 성취보다는 국가적 성과와 산업적 발전에 자존감을 기대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문화적 배경은 오늘날까지도 한국 사회에 깊게 남아 있습니다. 경제적 성공, K-문화의 글로벌 성과, 스포츠 스타의 국제적 위상 등은 개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집단적 성취로서 자존감을 채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개인의 내적 성장과 자기 효능감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한국인의 대리 자존감은 단순한 심리적 습관이 아니라, 오랜 역사와 문화 속에서 형성된 감정의 덫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문화와 대리 자존감: 집단주의와 권력 거리

한국인의 대리 자존감과 집단 중심적 사고는 단순한 심리적 습관이 아니라, 문화적 토대에서 비롯됩니다. 호프스테드(Hofstede)의 문화 차원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집단주의 점수 18점, 권력 거리 점수 60점을 기록했습니다. 집단주의 점수가 낮을수록 개인주의가 강하다는 의미이고, 점수가 낮을수록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는 사회적 경향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한국은 낮은 집단주의 점수와 높은 권력 거리를 동시에 보여, 집단의 명예와 위계질서를 매우 중시하는 문화를 가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러한 문화적 특성은 개인보다 집단의 성공에 감정적 투자를 하도록 만듭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나 국가, 혹은 스포츠·문화 스타의 성취가 개인의 자존감에 큰 영향을 주는 이유도 바로 이 문화적 배경과 맞닿아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성과나 BTS의 세계적 인기, 손흥민의 경기 성공 등은 개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자신의 성취처럼 감정적 만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권력 거리 점수가 높은 사회에서는 위계와 권위에 대한 인식이 뚜렷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상사나 선배, 혹은 국가와 기업과 같은 권위적 집단이 성취를 이룰 때, 개인은 그 집단에 자신의 감정을 투사하며 자존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대리 자존감을 강화하며, 개인의 내적 성취와 자기 효능감이 상대적으로 뒤처지게 만드는 문화적 요인이 됩니다.

결국, 한국인의 대리 자존감은 역사적 경험, 유교적 집단주의, 권력 구조, 국가주의적 사고가 결합된 결과물입니다. 개인의 자존감이 타인의 성공과 집단 성취에 의존하게 되는 것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오랜 시간 형성된 사회적·문화적 구조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왜 한국인은 자신의 내면을 믿지 못하는가?

한국인의 낮은 자기 효능감과 대리 자존감은 단순히 개인적 성향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역사, 문화, 사회 구조가 얽힌 복합적 현상으로, 여러 심리·사회적 요인에서 비롯됩니다.

첫째, 주체성 결여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개인이 ‘나 자신’으로 설 수 있는 경험과 환경이 제한적입니다. 실패와 약함을 드러내기 어려운 사회문화 속에서, 사람들은 ‘성공 아니면 실패’라는 극단적 이분법 속에 갇히게 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경쟁과 평가 중심의 교육 환경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선택과 실패 경험을 충분히 쌓지 못한 채 성장합니다. 이로 인해 내면의 힘보다 외부 집단이나 타인의 성취에 의존하는 심리가 강화됩니다.

둘째, 한국은 경쟁과 압박의 사회입니다. 한국인은 끊임없는 입시 경쟁과 취업 경쟁 속에서 성장합니다. 상대평가 중심의 교육과 직장 문화는 개인을 소모시키고 불안을 심화시키며, 자신의 능력과 성취를 내면적으로 확인할 여유를 빼앗습니다. 사회적 경쟁이 극심할수록, 개인은 자신의 가치보다 외부 집단의 성공과 비교를 통해 자존감을 확인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셋째, 사회구조적 불평등 구조입니다. 기회의 불균형, 고용 불안, 소득 격차는 ‘내가 노력해도 안 된다’는 무력감을 강화합니다. 열심히 해도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내적 능력과 성취보다 외부의 성공 사례를 통해 위안을 얻으려 합니다. 즉, 사회적 구조 자체가 개인의 자기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합니다.

넷째, 미디어와 정치의 감정 착취입니다. ‘국뽕’ 콘텐츠, 스타 중심의 문화 보도, 정치권의 애국심 프레임은 현실의 문제를 덮으며 감정을 자극합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개인의 불만과 좌절을 일시적으로 봉합하는 역할을 하지만, 실제 자기 내면과의 접촉을 대신할 뿐입니다. 사람들은 타인의 성취나 국가적 성공을 빌려 일시적 위안을 얻지만, 이는 자신의 경험과 직접 연결되지 않은 감정의 ‘대체물’일 뿐입니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개인은 자신의 부족함이나 불안을 외부 집단, 스타, 혹은 국가와 동일시함으로써 순간적인 위안을 얻습니다. 그러나 이는 내적 성장이나 자기 효능감을 강화하지 못하며, 지속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믿고 의지하는 능력을 저해합니다. 결국 대리 자존감은 달콤하지만 독한 감정의 덫으로 작용하며, 개인의 삶과 행복을 제한하는 근본적 요인이 됩니다.


대리 자존감 사회가 만들어내는 심각한 함정들

한국 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잘 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은 감정적 보약처럼 소비됩니다. BTS가 빌보드 1위를 달성하고, 손흥민이 골을 넣고,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기록하면 우리는 마치 내가 무언가를 이룬 것처럼 기뻐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은 진정한 ‘나’의 성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대리 자존감’의 전형적 사례로, 타인의 성공을 빌려 내 자존감을 채우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일상과 사회 전반에 여러 심각한 함정을 만들어 냅니다.


1. 비판이 사라지고 공론장이 침묵한다

대리 자존감은 사회적 분위기와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우리나라가 잘되고 있다’는 프레임은 동시에 ‘비판하면 안 된다’는 정서로 이어집니다. 구조적 문제나 정책상의 오류를 지적하는 사람은 “왜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느냐”는 반응에 부딪히며, 사회적 공론장은 위축됩니다. 결과적으로 부패, 불평등, 제도적 문제는 눈에 띄지 않게 되고, 개혁의 동력은 약화됩니다.


2. 내부 문제는 가리고 외부 탓만 한다

자존감이 불안정할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을 숨기고, 문제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가 단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적 불평등이나 내부 갈등을 직시하기보다는 외부의 ‘타자’—일본, 중국, 북한—를 만들어 자존심을 방어합니다. 이는 실제 문제 해결을 방해하며, 사회 변화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3. 개인은 더 외롭고 자존감은 공허해진다

대리 자존감의 가장 큰 문제는, 정작 ‘나 자신’은 점점 비어간다는 점입니다. 삼성과 BTS가 성공해도, 그것은 개인의 삶과 직접 연결되지 않습니다. 학자금 대출, 주거 불안, 고용 불안 등 삶의 실질적 어려움은 그대로 남아 있으며, 사람들은 이러한 공허를 견디기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더 강한 자극과 감정적 보상, 예를 들어 화려한 성취 뉴스나 스타 팬덤에 의존하게 됩니다.


4. 정치와 미디어가 감정을 통제하고 시민은 피로해진다

정치권과 미디어는 대리 자존감의 구조를 잘 이해하고 활용합니다. 정치권은 애국심과 K컬처의 성공을 강조하며 감정을 조작하고, 미디어는 이를 증폭시켜 클릭과 조회를 유도합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 알고리즘은 BTS 관련 영상, 손흥민 인터뷰, 삼성 기술 칭찬 영상을 반복적으로 노출합니다. 이는 감정의 강화 회로로 작동하며, 동시에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효과를 가집니다. 시민들은 감정 피로에 시달리고, 정작 중요한 사회 문제 앞에서는 무기력해집니다.


5. 사회 전체가 ‘체면 문화’에 갇힌다

한국 사회는 오랜 유교 전통에서 비롯된 ‘체면’과 ‘명예’를 중요시합니다. 대리 자존감 구조는 이를 현대적으로 재포장한 모습입니다. 내 인생이 실패했더라도, 손흥민이나 BTS가 성공했으니 ‘국격’은 지켰다는 안도감에 기대게 됩니다. 또한 자식의 성취를 통해 체면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이 심화되면서, ‘진짜 나’는 점점 사라지고, 남에게 보이는 ‘허상적 나’만 남습니다. 이는 공동체가 불안정하고 위선적인 양상을 띠게 만드는 중요한 구조적 문제입니다.


진짜 자존감, 진짜 선진국으로 가는 다섯 가지 길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손흥민, BTS, 삼성의 성공에 기뻐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요? 그 박수와 환호 속에 머무르며 내 삶과 사회 문제를 외면한다면, 우리는 ‘자존감 착각’에 갇힌 채 허우적거릴 뿐입니다. 진짜 선진국은 GDP 숫자나 글로벌 스타의 성공으로만 완성되지 않습니다.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존중하고, 실패해도 위축되지 않으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용기를 가질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1. 개인의 자존감: 나를 주인공으로 다시 세우기

자존감은 남이 준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BTS가 빌보드 1위를 차지하고, 손흥민이 골을 넣어도, 그들은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실패를 수용하고,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다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비교와 남과의 경쟁 대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바라보는 성장의 언어를 배워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작은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경험, 자신의 감정과 선택을 존중하는 일상적 실천이 바로 내적 자존감을 회복하는 첫걸음입니다.


2. 교육의 변화: 성적보다 주체성

교육은 자존감 형성의 토대입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 교육 시스템은 경쟁과 정답 중심으로 학생들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 학생의 자기효능감 지수는 OECD 평균보다 낮으며, 청소년의 35%가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응답했습니다. 따라서 질문 중심, 협력과 감정 인식 중심 교육으로 전환하고, 실패 후 회복력(Resilience)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학생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미래 시민의 내적 성숙을 위한 필수 투자입니다.


3. 사회 구조: 불안을 줄이는 시스템 만들기

개인의 자존감은 사회 시스템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취업 경쟁이 치열하고, 주거비가 급등하며, 직장 내 위계가 강한 사회에서는 개인의 자기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노동시장, 공정한 기회, 안전한 조직문화가 필수적입니다. 또한 복지와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면 개인이 실패해도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됩니다. 예를 들어, 북유럽 국가들은 안정적 고용과 포괄적 복지 덕분에 국민의 자기효능감과 삶의 만족도가 OECD 평균보다 높게 나타납니다.


4. 미디어와 감정 소비: ‘국뽕’ 감정 회로에서 벗어나기

미디어는 감정을 자극하며, 때로는 현실 문제를 덮는 역할을 합니다. BTS나 손흥민 관련 영상, 국가 성취 뉴스가 반복적으로 소비될수록, 개인은 자신의 감정보다는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따라서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합니다. 정보 소비가 아니라 정보 소화, 즉 어떤 콘텐츠가 내 생각을 풍부하게 만들고, 어떤 것이 나를 무기력하게 하는지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감정의 독립성과 자기 성찰 능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5. 정치와 공공 담론: 비판이 살아있는 애국심 만들기

진짜 애국심은 “내 나라가 최고”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잘못했을 때 고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됩니다. 정치가 감정을 통제하고 국민의 불만을 봉합하는 도구로 애국심을 악용해서는 안 됩니다. 시민은 비판적 성찰과 자기 주체적 판단을 기반으로, “지금 이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며, 그 목소리가 존중받고 사회 시스템을 움직이는 힘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비판적 애국심이 살아있을 때, 개인의 자존감과 사회의 성숙은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결론

한국은 정말 멋진 나라입니다. 삼성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며 기술 혁신의 상징이 되고, BTS는 빌보드 차트를 흔들며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손흥민은 해외 유명 리그에서 골을 터뜨리며 우리를 자랑스럽게 만듭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잠시나마 자존감이 폭발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내 마음속 자존감이 슈퍼스타처럼 빛나고, 세상이 ‘우리 민족 최고’라는 환호 속에 나를 포함시키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잠시 멈추고 현실을 돌아보면, 이러한 감정은 사실 대리 자존감에 불과합니다. 삼성이 세계 1위를 해도 제 월급이 오르지 않고, BTS가 빌보드 정상에 올라도 제 출근 시간은 그대로이며, 손흥민이 골을 넣었다고 제가 연봉을 받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화려한 성취와 순간적 환호는 마음을 잠시 달래줄 뿐, 실제 삶의 문제—학자금 대출, 높은 집값, 취업 불안—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진짜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 덕분에 잠시 기분 좋아지는 삶’이 아니라, 내가 나서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입니다. 다른 누군가의 성공을 함께 기뻐하는 것은 당연히 의미 있고 아름다운 일이지만, 삶의 주인공은 결국 손흥민도 BTS도 삼성도 아닌 나 자신입니다.

리모컨을 내려놓고 내 인생의 경기장으로 직접 들어가야 할 시간입니다. 골은 내가 넣어야 진짜 자존감이 터집니다. 작은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며, 내 선택과 결정에 책임을 지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경험 속에서 비로소 ‘내 자존감’은 자라납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남의 성공에 기대어 기분만 잠시 높이는 삶을 멈추고, 내 삶의 주체로서 실질적 경험을 쌓는 것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작은 선택과 행동, 그리고 자기 내면과의 정직한 대화 속에서 우리는 진짜 자존감을 회복하고, 진짜 선진국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부록. 추가할 내용 및 구체적 해외 사례

한국 사회의 대리 자존감 현상은 단순히 국내 문화와 역사적 배경 때문만은 아닙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개인과 집단, 미디어와 정치가 어떻게 감정을 조작하고 자존감을 형성하는지 다양한 패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적 현상을 국제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미국 TV 정치와 ‘감정 조작’ 사례

미국 정치에서도 TV와 SNS를 통해 집단 정체성, 애국심, 감정 동원 전략이 빈번하게 활용됩니다. 특히 2016년과 2020년 대선 과정에서는 ‘브레인 해킹(Brain Hacking)’ 논의가 등장하며, 심리학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유권자 감정 조작이 주목받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서 수집된 수천만 건의 개인 데이터는 정치적 메시지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데 활용되었으며, 유권자의 두려움, 분노, 자부심 등 특정 감정을 자극하는 전략에 쓰였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미디어와 정치가 감정을 통제하거나 동원하는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연예인, 스포츠 스타, 대기업 성과 등 집단적 성취를 강조하는 콘텐츠는 일종의 ‘국뽕 감정 회로’로 작동하며, 시민의 주체적 판단보다 감정적 반응을 강화합니다. 미국 사례는, 감정 조작과 정보 소비 방식이 개인의 자존감과 사회 참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경고하는 중요한 참고가 됩니다.


2. 일본 집단주의와 비교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전통적으로 강한 집단주의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화(和)’를 중시하는 문화적 전통 속에서 사회적 조화와 집단 명예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근대화 과정과 전후 민주화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 자존감과 집단 동일시 사이의 균형이 조금 다르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청년들은 한국과 유사하게 집단의 평가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사회적으로 개인주의적 가치와 ‘자기 선택권’을 존중하는 문화가 일정 부분 병존합니다. 비교문화 연구에 따르면, 일본인은 집단 내 조화를 중시하면서도 개인적 취향과 관심사를 통해 내적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한국보다 강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한국의 대리 자존감 문제를 국제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3. 서구 개인주의 문화와 자존감

반대로 서구 사회, 특히 미국과 북유럽 국가들은 개인주의가 강합니다. 개인의 자존감은 주로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에 기반하며, 자신의 능력과 선택에 대한 신뢰가 핵심입니다. 미국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자기효능감 이론을 통해,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믿는 정도가 행동과 성취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개인 효능감이 낮은 현상은 단순히 개인 문제로 보기 어렵습니다. 문화적 집단주의, 경쟁 압박,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교육 환경 등 사회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서구 사례와 비교하면, 한국인은 외부 집단의 성취에 자존감을 기대는 경향이 강한 반면,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자기 능력과 경험에서 자존감을 직접적으로 확보하는 구조가 보다 안정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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