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숲'을 이용해 보세요.
'답답하다'는 말은 참 하기 쉬운 말임에 분명한데, 듣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말이기도 하다. 가장 흔히 드는 생각은 '왜?!'가 아닐까, 뜬금없이 날아오는 작은 돌멩이 같은 이 말은 간혹 비수(匕首)가 되어 꽂힐지도 모른다. 듣는 이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그렇다.
반대로, '답답함'을 느끼는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 또한 참 답답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어떤 것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몇 번이고 반복해 설명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이는 철벽 같은 방패로 중무장해 모든 언어를 튕겨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어쩌겠는가, 서로가 생각하고 이해하는 방식이 너무 차이나서인 것을.
나의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이, '답답하다'는 말을 드는 이 보다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기 때문에 개인마다 차이를 보일 수 있는 부분이다.
'답답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후련하지 않아 애가 타고 안타깝다'이다. 얼핏 보면 타인에게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이 결코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사전적 의미에서 '어떤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라는 표현은 결국,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아 느끼게 되는 감정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마치, 어린아이가 떼쓸 때 느끼는 그것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결코 어른의 이성적인 모습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사람이기에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일 것이다.
나의 기준으로 '답답함'에 대한 의미를 풀이하자면 이렇다. 상대와의 대화가 진행되지 않고, 그저 서로의 말이 허공을 맴돌아 다시 각자에게 돌아가는 현상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서로의 의견이 수용되고 다시 반론이 나와야 하는데 막무가내로 자신의 뜻만을 전달하는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경우 '대화가 안된다.'라는 생각을 서로가 하게 될지도 모른다.
답답함을 해소한 감정은 '해방감'에서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과거 어린 시절 우리가 즐겨 듣던 전래동화 중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멋진 작품이 있다. 주인공은 이 엄청난 비밀을 간직하고 생활해야만 한다. 이 얼마나 답답한 일일까. 너무 답답한 나머지 그는 비밀을 폭로하고 답답함을 해소하기로 한다. 그의 선택은 '대나무숲'이었다.
답답함을 느끼는 상황은 다양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마다 겪게 되는 상황이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공통점이 존재한다. 무엇인가 가슴에 남아있는 것이다. 마치, 변비와 같은 찜찜함이 쌓여 느껴지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앞에서 '답답함'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전한 바 있는데, 이 또한 자신의 '의견', '생각'이 전달되지 못하고 되돌아와 가슴에 쌓여 발생되는 모습과도 같을 것이다.
의견을 제시하는 것의 근본적인 목적은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대나무숲'이 있을까.
전래동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주인공은 인적이 드문 대나무숲에서 마음껏 소리친다. 그의 가슴속 응어리진 생각을 말이다. 그는 가슴속 응어리로 인해 건강을 잃고 있었지만, 대나무숲에서의 외침이 그를 다시 살리게 된다.
개인마다 '대나무숲'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면 참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속되는 답답함은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그 스트레스는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대나무숲'을 찾아 떠나는 잠깐의 모험은 의미 있는 활동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 어디서 '대나무숲'을 찾을 수 있을까.
굳이 멀리서 찾지 말고, '글'을 적어보는 것은 어떨까.
글이란 것이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전문적인 글을 작성하는 작가분들의 분노를 살지도 모르겠다. 그저 비(非) 전문가의 작은 소견(所見)으로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거창하지 않게 글을 쓴다는 것은 이런 느낌인 것 같다.
글은 언어를 규칙에 맞게 나열한 하나의 덩어리라는 것이다. 그저 생각(보고, 듣고, 느낀 것)을 소리가 아닌 문자로 나타내는 의사(意思)의 표현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저 하나의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한결 편하고 친근한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자신이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일, 사건에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편하게 '글'로 적어보는 방법이다. 꼭 어떤 규칙, 멋진 표현, 문장에 구애(拘碍) 받지 않고 편하게 적어보는 것이다. 그야, 여기서 말하는 글의 목적은 나의 생각을 표현해 답답함을 해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글을 통해 마음의 응어리를 버리는 것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자신을 답답하게 만드는 무엇을 하얀 종이의 대나무숲에 살며시 던짐으로써 약간의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