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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재미 Feb 07. 2022

책, [JOBS : 에디터] By 매거진 <B>

에디터 :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

여러분은 혹시 매거진 <B>를 아시나요?

<B>라는 이름만 들었을 땐 낯설게 느껴지신 분들도, 다음의 사진을 보면 ‘아, 커다란 대문자 B가 쓰여 있던 잡지! 알아!’라고 외치실 것입니다.

성수동 카페에 비치되어 있는 매거진 <B>, 감각적인 공간에 가면 어김없이 B가 놓여있다

매거진 <B>는 2011년 11월에 창간한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입니다. 광고 없이 한 호에 하나의 브랜드만을 다루는 잡지이죠.


잡스(JOBS) 시리즈는 매거진 <B>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단행본이자, 브랜드 이야기의 확장판입니다.

매력적인 브랜드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직업인들의 직업적 사고관을 담아내기 위해 잡스 시리즈를 출간했다고 하는대요.

<JOBS : 에디터>는 시리즈에서 첫번째로 선보이는 책입니다.


<JOBS 에디터 :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은 어떤 책일까?


글쓰기 필독서를 소개하는 매거진에서 <JOBS : 에디터> 도서를 소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글을 쓸 때 추구하고 지향하는 상이 ‘에디터’의 모습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매거진 <B>는 책의 서문에서 에디터의 역할을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에디터는 일반적으로 다양한 정보와 데이터를 수집해, 그중에서 전달할 가치가 있는 주제를 선별하고 그 주제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소재와 도구를 조합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을 합니다.
때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에 뛰어들기도 하지만 대개는 이미 존재하는 것을 선별하고 조합하는 일의 연속입니다. (25p)


책을 통해 실제 에디터의 삶을 엿보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진진했습니다.

다양한 국가와 산업에서 활약하는  에디터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콘텐츠 기획자가 가져야 할 태도와 역량, ‘에디터쉽’의 본질을 이해하게 되죠.


오늘은 책에서 소개된 7명의 에디터 중 2명의 인물을 집중적으로 소개합니다.

영국 이커머스 브랜드 <미스터 포터>의 콘텐츠 총괄 제러미 랭미드, 로컬숍 연구잡지 <브로드컬리>의 창간자 조퇴계님이 그 주인공입니다.




01 '왜 만드는지에 대한 확고한 고찰이 필요합니다' by 제러미 랭미드


‘미스터포터’는 한국의 무신사와 유사하게, 전 세계 남성을 타겟으로 남성 패션 매거진을 발행하고, 패션과 관련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온라인 이커머스 브랜드입니다.

쇼핑과 콘텐츠를 통합한 형식의 비즈니스 모델로, 단순 쇼핑몰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JOBS 에디터’에서 맨 첫 번째로 소개하는 인물은 ‘미스터포터’의 브랜딩과 콘텐츠를 총괄하는 디렉터, 제러미 랭미드입니다.


그는 원래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후 신문과 잡지 등 전통 미디어에서 글을 쓰던 스타 저널리스트였습니다.

올드 미디어에서 축척한 편집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커머스와 테크 영역까지 커리어를 확장하며, ‘미스터포터’ 글로벌 온라인 편집샵으로 성장하는데 기여했죠.


그저 흔한 티셔츠일지라도 그 안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끌어내고 콘텐츠를 디자인한다는 제러미 랭미드, 그가 생각하는 에디터의 역할과 자질은 무엇일까요?



첫째, 넘쳐나는 콘텐츠에서 가치 있는 이야기를 발굴해내는 큐레이팅 역량

오늘날, SNS와 웹을 통해 발산되는 콘텐츠의 소음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글을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많아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죠.


제러미 랭머드 변화된 세상에서 에디터의 역할을 ‘가이드’나 ‘양치기’라고 표현합니다.

콘텐츠를 만들고 편집하는 일뿐 아니라 다른 출처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를 큐레이팅 하는 것 또한 에디터의 역할에 해당된다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이야기꾼으로서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모아 큐레이팅 하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이고요. (46p)

제러미 랭머드와 '미스터포터'팀은 사람들에게 가치있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다음의  어를 염두에 두고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합니다.

Inform 정보를 알리고,
Inspire 마음을 움직이고,
Entertain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해야 한다


둘째, 왜 만드는 가에 대한 확고한 고찰과 방향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리테일 업의 패러다임도 변화하있습니다.

리테일이 변화함에 따라 사람들이 미디어에 기대하는 역할도 변화되어 가고 있는대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에디터는 어떤 태도를 갖춰야 까요?


제러미 랭머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해당 콘텐츠를 왜 만드는지에 대한 확고한 고찰과 방향이 필요합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왜 만들어져야 하는지 모두가 수긍하고 동의해야 합니다. (55p)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는 많은 돈이 들어가고 예산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 콘텐츠를 왜 만드는지, 브랜딩, 세일즈, 트래픽 증가, 혹은 이 모든 것이 목적인지 등을 생각하고 콘텐츠의 종류와 분량을 계획해야 한다는 뜻이죠.


셋째, 일상의 평범한 것에서 중요한 요소를 발견하고 끄집어내는 안목

에게 ‘인생의 구루는 누구인가요?’, 영국 <태들러> 매거진의 풍자만화가 ‘마크 복서(Mark Boxer)’를 꼽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마크 복서의 작품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죠.

그는 관찰자였어요. 사람 내면에 숨어 있는 것을 알아채는 데 능했고요.
인생의 다양한 재미를 풍자만화나 피처 등을 통해 흥미롭게 풀어내는 그를 통해 모든 걸 유심히 관찰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사람들은 세상을 유심히 관찰하지 않아요. 눈을 뜨고 있지만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67p)

제러미 랭머드 역시 마크복서 못지않은 관찰자였는대요.

그는 평소 전철이나 버스를 탈 때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무얼 입고 있고, 그들이 필요한 물건을 일터에 어떻게 가져가며, 어떤 신발을 신고 있는지 꾸준히 관찰했다고 합니다.

일상의 평범하고 작은 것들, 이를 테면 ‘저 사람의 팔의 타투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 사람은 어떤 잡지를 읽을까’에 호기심을 갖고 디테일을 궁금해하는 것이 에디터에게 필요한 자질이라는 뜻이죠.



02 '남이 궁금해할 것이 아닌 내가 궁금한 것을 취재한다' 조퇴계

<JOBS : 에디터>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미디어 회사에서 근무한 전현직 에디터들로 구성되어있는대요.

책에는 이들과 전혀 다른 산업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인물이 한 명 등장합니다.


<브로드컬리> 잡지의 발행인 조퇴계님인대요.

그는 <브로드컬리>를 창간하기 전에 베인 앤 컴퍼니, 미래에셋증권과 같은 컨설팅/금융회사에서 커리어를 쌓았다고 합니다.


증권맨이었던 그는 왜 잡지를 만들기 시작했을 까요?

어떠한 계기로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에디터'의 길을 걷게 되었을까요?


시작은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 있는 이들에 대한 동경에서부터였죠.

그는 학창 시절부터 가게에 가는 걸 좋아했다고 합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동네 가게를 방문해서 주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너무 재밌고 즐거웠죠.

가게라는 공간을 통해 내가 이 세상의 작은 부분을 바꾼 거잖아요. 공간의 인테리어를 고민하고 뭔가를 파는 등, 한 사람이 노력해서 그 작은 공간을 점유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멋있어요.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기업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기업분석 보고서를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물론 그 일도 보람 있는 일이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조금 더 입체적으로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있었죠.


결국 그는 꿈꿔왔던 일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회사를 퇴사했고, 2016년 로컬숍 연구 잡지인 <브로드컬리>를 창간합니다.

에디터로서 직장 생활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어요. 제가 원하는 내용의 책이 시중에 없었어요. 가게 뒤편의 돌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요. (149p)


<브로드컬리>는 발행인의 독립적 관점이 담긴 로컬숍 연구 잡지입니다.

창간 후 2년 간은 주로 서울/제주의 3년 이하 서점, 빵집, 카페를 취재하고, 연구한 내용을 잡지의 형태로 담아냈는대요.


독립 출판의 특성상 외부(출판사, 광고주 등)의 개입 없이 콘텐츠를 기획/제작해야 하다 보니,

가게를 방문하고 고르는 일부터 무슨 내용을 담을지까지 꽤 많은 선별과 선택의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매 순간 수십수백 개의 선택지가 주어지는 상황에서, 조퇴계님은 어떠한 기준으로 잡지의 컨셉과 내용을 기획했을까요?

에디터로서 그가 갖고 있는 나름의 생각과 기준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취재한 내용을 글로 전할 때 '오 정말? 보다는 ‘헐 진짜?'라는 느낌을 주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오, 정말 잘하고 있구나, 정말 노력하고 있구나'가 아니고, '저런 데도 저걸 하고 있단 말이야? 왜 저걸 하지?'라는 질문을 제시하는 것이 저희의 취재 및 편집 방향이에요. 분명 그 뒤에 숨어 있는 이유들이 있는데, 그걸 알려주는 거죠. (127p)


실제로 <브로드컬리>가 지금까지 발행한 잡지의 제목만 모아 놓고 보아도, 그가 어떤 마음으로 잡지를 만들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

목공, 목수, Carpenter : 어떻게 45년 동안 같은 일을 했나?

서울의 3년 이하 빵집들 : 왜 굳이 로컬 베이커리인가?

가구디자인, 가구디자이너, Furniture Designer : 스튜디오 오픈에 비용은 얼마나 들었나?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책 팔아서 먹고 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

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 (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궜는가?)

<브로드컬리> 잡지의 제목은 다른 책들과 다르게 날카로운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질문은 마치 발행인 조퇴계님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죠. 


저는 특히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라는 책 제목을 보고, 빵 터졌습니다.

너무 참신해서 ‘헐, 진짜? 이게 책 제목이라고?’라는 말이 절로 나왔죠.


이처럼 그는 미디어(방송, 책, 유튜브)가 퇴사나 창업, 장사에 대해 허황된 환상을 심어주며 관심을 끌 때, 고유의 시선으로 현실과 이상의 갭을 조명하고, 자신이 취재한 이야기를 책 속에 담아냅니다.

5호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은 1쇄 2000부 배본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중쇄를 찍었다.

책이나 글돈을 벌기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특히 '독립 출판'은 인쇄나 각종 운영비를 직접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수익 창출이 더 어려운 구조라고 들었는대요.

조퇴계님 역시 창간 직후에는 야심차게 준비해서 만든 잡지가 29만 원의 매출로 돌아오자 자괴감이 들었다고 이야기하죠.

이는 극소수의 인플루언서나 스타 작가들을 제외하고,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느끼고 공감하는 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잡지를 만드는 일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조심스럽게 추측해보자면 남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 궁금한 것들을 콘텐츠로 만들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JOBS 에디터 :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 읽기 가이드


분량 관계상 재러미 랭머드와 조퇴계님의 인터뷰를 집중적으로 소개했지만, 잡지사 에디터의 일상을 현실감 있게 묘사해준 황선우 작가의 에세이, 디지털 콘텐츠와 모바일 콘텐츠의 차이점을 명료하게 짚어낸 정문정 작가의 에세이, '호기심을 남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명언을 남긴 니시타 젠타의 인터뷰도 무척이나 인상 깊었습니다.


책은 '에디터'라는 직업을 멋지게 포장하거나 좋은 면을 강조하기보다는, 그들의 일상을 현실감 있게 묘사하고, 일이 지니는 다양한 모습(이를 테면 힘들고 어려운 점/재밌고 좋은 점)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7명의 인물들이 에디터로서 성장하고 성취하는 과정을 간접 경험하다 보면, 좋은 에디터란, 그리고 매력적인 콘텐츠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하게 되고,

더 나아가 '나만의 고유한 시선으로 어떤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들죠.


좋은 콘텐츠(글, 영상 등)를 만들기 위해 갖춰야 할 태도와 자질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 직장 생활의 커리어를 에디터/콘텐츠 기획 쪽으로 나아가고 싶은 분들에게 <JOBS 에디터 :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 책을 추천합니다.



JOBS EDITOR :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

발행일 : 2019.8.13

저자 : 제러미 랭미드, 사사키 노리히코, 조퇴계 외 7인 (REFERENCE BY B)

너무 좋아하고 재밌게 읽은 책이다 보니, 손때가 많이 묻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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