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사람, 정지우의 쓰는 법, 쓰는 생활
사실 글쓰기를 꾸준히 할 수 있는 비법, 글쓰기를 남다르게 해낼 수 있는 방법을 '머리로' 배운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매일 아침 일어나 피아노 연주를 하거나 매일 저녁 강변을 달리거나, 매일 밤 춤을 추는 일처럼, 글 쓰는 일도 일상의 어느 영역에 밀착되어, 몸이 하는 일이다. (7p)
잘 쓰고 싶은 만큼 많이 읽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만큼 많이 경험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렇게 들어오는 것이 넘쳐나면 나갈 수밖에 없는데, 글쓰기란 나가는 통로를 정해주는 정도의 역할을 할 뿐이다. (68p)
첫 문장이 떠오르면, 글을 쓰고 싶어서 마음과 손이 근질거린다. 이 첫 문장에 이어지는 한 편의 글이 어떤 것일지 스스로 궁금하기 때문이다.
뭐랄까, 첫 문장이라는 두루마리를 어딘가에서 받으면, 글 쓰는 일은 그냥 그 두루마리를 풀어놓는 일처럼 느껴진다. 그것이 흑백인지 컬러인지, 그림인지 글인지, 평면인지 입체 인지도 알 수 없는데, 글을 써 나가다 보면 비로소 알게 된다. (10-11p)
이를 테면 오늘 내가 회사에서 겪은 어떠한 일, 가족의 힘겨운 사정, 혹은 내 삶 전체에서 오늘의 의미, 내가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서 오늘의 위치 같은 것들을 서술하며, 내가 그 '거리'를 걷게 된 맥락과 그 거리를 걸을 때의 심정을 이야기하고, 그때 내 눈에 발견된 그 꽃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맥락을 쓰는 일'이다.
그런 나의 맥락에 나타난 꽃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그 글은 자신만의 시선을 가지게 되며, 특별함과 고유함을 지니게 된다. 자신의 시선을 갖는다는 것은 모든 순간에 대해 그 맥락을 스스로 짚어나가고 보듬어 나가는 일이다. (25p)
일반적인 글쓰기는 대개 현실적인 그 무엇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글쓰기를 지속할 마음을 갖지 못한다.
그렇기에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재능도, 천재성도, 열정도, 돈도, 환경도 아니고,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이 아닐까.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이 확고하다면, 그래서 나의 글쓰기가 무의미한 시간 낭비가 아니며, 나의 고통 또한 바보 같은 일이 아니라는 느낌이 주어질 때, 사람은 계속 쓴다. (52p)
내가 쓰는 글이 누군가에게 닿는 것도 기적 같은 일이다.
마치 어느 대륙에서 출발한 돛단배가 망망대해에서 작은 무인도를 만나는 것처럼 드물고 어려운 일이다. (14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