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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금평 Oct 13. 2021

인도 산책(4)

임권택 감독님의 IIFF 평생 공로상 수상 소감


2016년, 인도 정부가 주관하는 인도 최대 국제영화제(IIFF/India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 우리나라가 주빈국으로 참가했다. “밀정”이 폐막작으로 소개되는 등 10여 편의 한국영화가 상영되었고, 임권택 감독님과 이준익 감독님, 배우 송강호 님 등이 초대되기도 했다.

개막식 날 인도 정부는 임권택 감독님께 평생공로상을 수여했고 임 감독님은 담담하게 수상 소감을 발표하셨다. 평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진솔한 노장의 메시지는 감동 그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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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한국에서 영화감독으로 살고 있는 임권택입니다.

예상치 않은 뜻밖의 수상 소식에 무척 놀라고 반가웠습니다.

India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1955년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 영화가 꿈이 아니라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영화계에 입문했습니다. 1961년 스물일곱에 감독 데뷔하여 80여 세 오늘에 이르기까지 102편의 영화를 만든 다작 감독이 됐습니다. 철없던 시절 철없이 만든 몇 편의 영화는 제 인생의 치부가 되어 감추고 삽니다. 그러나 그것이 감추어지는 일이 아니어서 지금까지도 저를 많이 괴롭히고 있습니다.     


40대 나이 들어 철이 들면서 이제는 허황되고 저질스런 영화 그만하고, 오랫동안 약소민족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의 수난사와 그 속을 헤엄쳐 살아온 내 인생도 함께 영화에 담아 보고자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으로 열심히, 끈기를 가지고 채찍질하며 영화 인생을 살아 냈지만 완성도 높고 자랑하고 싶은 그런 영화는 아직까지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함량 미달의 영화로부터 해방될는지 의욕은 여전한데, 뉘엿뉘엿 서산에 해가 기울 듯 제 나이도 기울고 있는데요, 금년 제47회 India Goa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서 주어지는 이 상은 아마도 임권택에게 힘을 주려는 격려의 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2016.11.20., GOA, 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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