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효원 Nov 19. 2022

저기... 혹시?

기억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

편의점에서 출간된 공저 책을 지인에게 보내기 위해 

택배를 결제한 후 막 돌아서 나가려는 참이었다.


"저기... 혹시?"


"네?"


"유미언니.. 동생분?"


"아.. 네.. 맞아요."


"혹시 했는데 정말 맞네요. 언니랑 닮아서 정말 맞나 했어요! 너무 반가워요."


"아 그래요 기억해요. 장례식장에서 봤었죠?"


"네네 동생이 아르바이트하는 편의점인데 오늘 못 와서 제가 대신 왔는데 너무 잘 온 것 같아요!

정말 이렇게 만나니 반가워요. 번호 좀 알려주세요! 연락하고 싶었는데 번호가 없어서.."


그 지인은 언니를 여전히 기억하고 못 잊어한다는 다른 사람의 소식도 함께 전했다.

언니를 사랑한 남겨진 이들은 서로 연락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고 했다.


눈물이 터졌다.


언니를 보내고 이제는 더 이상 마음 아파하지 않고 언니의 삶이 불행했다 생각하며 

나 자신을 괴롭게 만들지 않겠다. 다짐하고 언니의 유품들도 정리해 나갔다. 


괜찮다고 지금을 열심히 살자며 내 삶을 하루하루 바삐 살아가며 

어느새 언니가 떠난지도 2년이 지나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언니를 아직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혹시 정말 죄송하지만 언니와 찍었던 액자가 있었는데 혹시 아직 있으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같이 찍은 사진이 별로 없어서 그 액자도 제가 하나밖에 안 만들어서..."

"아 그래요. 집에 언니 유품을 정리해버려서.. 찾아볼게요 그래도 몇 가지는 남아있어요."

"감사해요 이렇게 만나게 돼서 너무 감사해요 연락처도 모르고 언니 인스타에 들어가서 보고 그랬거든요."

"언니 인스타가 있나요?"

"네 제가 찾았어요! 있더라고요!"

"액자는 집에 가서 찾아보고 연락드릴게요"


언니를 아직도 기억하고 언니의 생일이나 기일에 항상 납골당을 찾아간다는 언니의 지인

참.. 잘 살았구나 우리 언니..

마음속에는 항상 언니가 살아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도 기억하고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알지 못하던 언니의 삶도 정말 행복했겠지?


집에 돌아와 보니 언니의 유품은 몇 개 남지 않았다. 

언니를 편히 떠나보내 줘야 한다며 유품을 다 정리했던 기억이 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둘걸.. 

언니의 유품을 보고 있으면 자꾸 언니가 생각나서 맘이 편치 않았다. 

사진은 더욱 그랬다. 


언니가 그린 자화상 그림을 액자에 넣어뒀었다.

그 액자를 집어 들었다. 언니를 기억해준 그 지인에게 주는 것이 더 좋을듯했다.


다시 찾은 편의점. 

"사진이 없어요 죄송해요 드릴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어요."

"감사합니다. 이거라도 너무 소중해요. 너무 감사해요."

액자를 받아 들고 언니의 그림을 보며 눈물이 그렁그렁 해진다.

나 보다 언니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그 지인이 고마웠다.


그리움도 함께한 추억도 다 남겨진 삶을 살아간다.

기억하는 이도 남겨진 이도 그렇게 살아간다.


 

 




작가의 이전글 8년 경단녀가 강사가 되기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