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출근 시간에 비행기 표를 예매했을까? 공항 도착을 알리는 내비게이션 시간이 자꾸 뒤로 간다. 아침 9시 35분 비행기라 공항에 한 시간 전에만 도착하면 된다 생각했다. 오랜 지방생활 탓인가 서울의 출근길 교통 지옥을 너무 간과했다. 이렇게 비행기를 놓치는 것인가. 살면서 이렇게 공항에 빠듯하게 도착을 해보기는 처음이다. 공항에 먼저 도착한 큰딸이 애가 타서 전화를 한다. “비행시간보다 15분 전에는 입국장에 들어가야 한데. 짐 부칠 것 있어? 없으면 바로 3층으로 가서 타면 된데 바로 그리로와”. 오랜만의 여행인데 이대로 여행을 망치는 것인가 애가 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비행시간 10분 전이다. 평소대로라면 입국조차 안 돼 탈 수 없었겠지만 다행히 비행기가 15분 연착이 되어서 탈 수 있었다. 그 연착이 된 비행기는 집으로 돌아갈 때도 45분 연착이 되었다. 화장실 갈 때 맘 다르고 올 때 맘 다르다고 비행기 놓칠까 봐 초초한 상황에서는 연착이 다행이다 싶더니 쌩으로 공항에서 기다리자니 너무 지루했다.
숙소에서 바라본 섭지코지 해안
오랜만의 여행이라 그런지 아침에 그 난리를 치르고 도착했어도 기분은 너무 좋았다. 아이들도 설렘에 장난을 치며 재잘재잘 떠드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차를 빌리고 큰아이가 가자는 고기 국숫집을 갔다가 "우무"라는 푸딩 집을 갔다. 고기국수야 제주도에 워낙 유명한 음식이고 제주도를 갈 때마다 먹는 음식이라 별 감흥이 없었지만 푸딩은 달랐다. 난 푸딩을 좋아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단것도 별로고 씹는 식감을 좋아하는 편이라 물컹이는 걸 안 먹는다. “너네 것만 사 엄마는 니들 꺼 한 숟가락 맛만 볼게” 큰아이가 말했다. “엄마 이거 되게 맛있어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거야. 사서 30분 안에 먹으래서 포장도 못해” 아이들 성화에 “그래? 그럼 엄마 것도 사” 난 녹차맛을 고르고 아이들은 땅콩 맛, 카스터드 맛, 초코맛 등등 각각 골랐다. 평일인데도 줄을 서 있는 것을 보니 유명한 집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우무와 큰딸
우무의 푸딩은 젤라틴이나 한천을 넣지 않고 제주도 해녀들이 채취한 우뭇가사리로만 만든 푸딩이었다. 왜 30분 안에 먹으라고 하는지 궁금했는데 보존제를 첨가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다. 땅콩 맛은 고소한 풍미가 가득했고 녹차맛도 녹차의 쌉쌀함이 가득하면서 무엇을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고소했다. 엄마는 안 먹어해 놓고 제일 먼저 한 그릇을 뚝딱 비우니 아이들이 놀렸다. 집으로 오기 전에 시간이 되면 다시 한번 사 먹자 했는데 시간이 안돼서 아쉬웠다.
겨울이어서 초록의 숲은 없지만 차창 밖으로 펼쳐진 목장의 들판과 집집마다 심어진 감귤 나무가 여행의 설렘을 충족해 주기는 충분했다. 제주도의 겨울은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가 여행을 하는 날도 영상 6도에서 7도의 날씨였다. 하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쌀쌀했다. 아직 유채꽃이 필 날씨는 아니기에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성산으로 다가갈수록 유채꽃이 군데군데 보였다. 황량한 겨울 들판에 노란 유채꽃을 만나니 마음속에 봄바람이 불었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른다 “와! 유채꽃이다 사진 찍을래” 남는 건 사진이라고 큰아이와 막내는 연신 사진을 찍어댄다. 서로 찍어주고 찍히느라 바쁘다. 반면 시크한 둘째는 관심이 없다. 그래도 따라다니면서 짐도 대신 들어주고 언니와 동생의 뒤지닥 거리를 해준다.
2022년 1월의 끝자락 이른 유채꽃
나는 여행을 다닐 때 동선을 짜서 촘촘하게 다니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큰아이에게 맡겼다. 그랬더니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맛보았다.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명한 곳만 찾아다니는 트렌드 적인 여행이었다. 인터넷에서 핫한 “드르쿰다 in 성산”이라는 스튜디오형 카페와 동백이면 휴애리와 카멜리아 힐만 알고 있었는데 크지는 않지만 잘 가꿔진 동백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동백 포레스트“라는 카페를 갔다. 늘 사람이 많아 탈 수 없었던 "쇠소깍 카약"도 탔다. 둘째 딸이 노 저어 주는 배를 타니 세상 천국이 따로 없었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여행을 가던 것도 좋았지만 다 큰 아이들과의 여행은 더 행복했다. 늘 내가 챙겨야 하는 여행이었는데 아이들이 동선을 짜고 뭘 먹을지 정하고 하니 꼭 패키지여행을 온 듯했다. 코 시국에 하는 여행이라 조심스러웠지만 즐거웠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아쿠아플라넷 제주>>
서울에서도 여수에서도 아쿠아리움이 있는 곳이라면 거의 다 가 보았다. 제주도를 갈 때마다 가는 곳이다. 물을 좋아하는 탓도 있겠지만 제주 아쿠아플라넷이 있는 곳의 경치가 너무 좋다. 굳이 아쿠아리움을 가지 않아도 1층의 광장에서만 놀아도 좋다 근처 섭지코지는 풍경이 더 좋으니 일석 이조의 구경을 할 수 있다.
요즘 동백 명소로 온라인상에서 뜨고 있는 동백 포레스트, 규모가 큰 공원쯤으로 생각했는데 작은 카페가 있고 정원이라고 하기에는 크고 공원이라고 하기에는 작은 규모에 동백나무를 심어 잘 가꾸어 놓았다. 동백이 피는 철에만 입장료를 3천 원 받는다. 그 앞에 풀빵 같은 동백 빵을 파는데 달달한 치즈가 들어있다. 첨에는 일반 팥이든 풀빵인 줄 알고 안 먹는다고 했다가. 쭉 찢으니 치즈가 있는 걸 보고 너무 맛있게 먹었다.
코엑스에 설치된 화면으로 처음 보고 유 퀴즈를 통해 알게 된 아르떼 뮤지엄. 미디어 아트 전시관이다. 입체적인 소리와 영상이 어우러져 진짜 같다. 다양한 구름과 입체적인 숲 사실적인 파도를 볼수있다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굉장히 넓게 느껴지는 전시관이었다. 시간이 많다면 좀 오래 있고 싶었는데 아쉬웠던 장소. 제주와 여수 강릉에도 있다니 아이들과 함께 체험해보면 좋을 듯 한 곳이다.
맛있다고 하는데 단것과 도넛을 안 좋아하는 나로서는 대략 난감했던 곳이다. 큰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오픈전부터 줄이 길다는 소리에 10시 오픈인데 9시부터 가서 기다렸다. 9시에 갔는데도 두 팀이 기다리고 있었고 10시 정도 되니 줄이 제법 길었다. 오전에 가야지 오후에 가면 다 팔려서 살 수 없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랜디스 도넛보다 그 건물 2층에 있는 카페가 더 끌렸다. 넓은 창에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니 거기서 시간을 보내면 좋으련만 그렇수 없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