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1. 꿈을 찾는 여정의 시작

이혼 후 후련함도 잠시 나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의 출발점

한바탕 긴 꿈을 꾼 것 같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을 했다. 결과만 보면 돌고 돌아 원점인 듯 하지만 나를 참 많이 알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잡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4년 전 20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아이들과 거주할 집을 얻어 나왔다. 월세지만 새로 지은 아파트라 시설도 좋고 쾌적했다. 이사 후 첫 주말 나는 책을 보고 아이들은 컴퓨터를 하거나 친구와 통화를 하며 각자의 방에서 할 일을 했다. 조용한 저녁시간이 참 평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도 마음도 너무 평온해 행복감마저 드는 밤이다.  

         

행복감도 잠시 일뿐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내가 원해서 한 이혼이지만 실패한 인생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살아온 인생 모든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왜 결혼을 일찍 했을까? 왜 어려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대학은 내가 원하는 과를 가지 왜 아빠말을 들었을까? 후회는 꼬리에 꼬리를 물어 급기야 하지 말아야 할 후회까지 했다. 왜 아이는 셋이나 낳았을까?   

       

결혼생활을 떠올려보니 아이들 셋 말고는 남은 것이 없었다. 아이들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로 쳇바퀴 돌 듯 살았다. 인간관계도 1년에 두어 번 연락하는 친구 말고는 다 남편의 지인이었다. 이혼을 하고 남편과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사람은 연락을 다 끊었다. 그렇다고 외로운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20년을 헛살았나 싶으면서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복기하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자라면서의 성장과정을 써보기도 하고 내 관심사가 무엇인지 마인드맵을 그려보기도 했다.   

             

그 무렵부터 맞물려 열심히 다니던 회사생활도 지겨워졌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17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소규모 회사들이라 직원의 수가 적어 이상하게 어디를 가나 업무를 하다 보면 일이 다 나에게 몰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할 줄 아는 건 많지만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항상 나를 괴롭혔다.     

          

시간이 갈수록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뭐지? 하고 싶은 게 뭐지? 머릿속이 하얗다. 마흔이 훌쩍 넘은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른다니 충격이다. 그때부터 치열하게 찾았다. 자기 개발서도 읽고 유튜브 영상을 보며 남은 인생 무얼 하며 살아야 하나 찾았다. 고민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때우듯 회사생활을 하며 꿈 찾기를 하다 보니 2년이 지났다. 

          


점점 마음은 조급해졌고 지쳐갔다. 그러던 어느 날 네이버 메인화면에 그녀가 떴다. 

영상을 본 순간 '꽃집꽃집은 혼자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 속 그녀의 처지는 나와 비슷했다. 세 아이의 엄마이며 이혼을 한 여성이었다. 3년의 우울증을 극복하고 꽃집사장으로 재기에 성공한 소상공인 우수사례영상이었다. 며칠 후 조퇴를 하고 그 길로 바로 떠났다.  영상 속의 그녀가 있는 꽃집으로.   

            

꽃집을 가는 내내 그녀의 영상을 틀어놨다. 영상을 처음 봤을 때도 그랬지만 그녀와 나의 비슷한 처지에 꿈을 찾은 것 같은 희망의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꽃집에 도착하니 그녀는 없었다. 약속을 하고 온 것이 아니니 오면 연락 달라하고 의림지로 향했다.      

     

의림지 주차장에서 자기 계발 관련 영상을 보며 기다리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동안 살아온 세월이 영화의 파노라마 필름처럼 지나갔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4시간이 훌쩍 지났다. 다시 꽃집으로 갔다. 그녀가 있었다. 할 일이 많아 바쁜 것을 끝내고 연락하려 했다고 했다. 그녀의 일하는 모습을 보니 생기가 넘쳤다. 식물과 꽃을 구경하며 앉아서 기다리다 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지루하지 않았다.         

 

꽃집에서 일하는 사람도 꽃을 사러 오는 사람들도 밝았다. 맑은 에너지가 퐁퐁퐁 샘솟는 듯했다. 초록의 식물과 알록달록한 꽃들 사이에 앉아있는 기분은 너무 신선했다. 리후레쉬되는 기분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대화의 순간이 왔다. 여기를 오게 된 과정을 이야기하고 꽃집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영상에서처럼 동생의 권유와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무기력증에 학원을 등록하고도 갈 자신이 없어서 취소하려고 전화를 했는데 원장님의 설득으로 시작했다고 했다. 꽃에 대한 경험이 없으니 우선 학원을 다녀보라고 해 학원을 소개받고 나왔다. 희망이 보였다.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의지가 샘솟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