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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 살로메 Jul 05. 2024

당근마켓 나눔 배지 & 어젯밤 꿈

나의 진짜 욕망은 무엇일까?

의도치 않게 획득한 나눔 배지

언제부터인지 집에 물건 쌓이는 게 너무 싫고 늘 떠날 준비를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의 운명이란 내일 당장 어찌 될지 모르는 것이니까. 그래서인지 당장 쓸모없는 물건을 집에 쌓아두는 게 싫었고 또 공간과 장소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바람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돋아난 '깔끔 병' 때문에 의도치 않게 물건 정리를 자주 하게 되었고 급기야 당근마켓에서 나눔 배지를 받게 되었다.


나의 성향상 중고 물품을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나이가 들수록 물건에 대한 집착 같은 게 없어져서 당근마켓을 통해 물품을 구입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으며 당근마켓은 오직 나의 물품을 정리하는 용도로만 사용하곤 하였다. 버리기에는 아깝고 누군가 사용하면 환경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으므로.


젊은 시절에는 옷을 사는 게 취미여서 입지도 않는 (하물며 택을 떼지도 않은 새 옷이 수두룩하여 ㅠㅠ) 옷이 많아서 반성하는 의미로 친구들에게 나눔도 자주 하고 거의 헐값에 정리한 옷들도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항상 신기했던 건 나눔을 하면 누군가는 꼭 가져간다는 사실이었고 어쩐지 이 물건들이 버려지지 않고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사용된다는 게 뿌듯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살아가던 나였는데?!!!

어젯밤 참으로 희한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해외여행지에서 사 온 아주 아끼는 몇 개 들지 않은 망고 젤리(왜 하필 망고 젤리였는지 나의 무의식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를 먹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 어떤 가족이 있었는데 (아빠, 엄마,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아들, 그리고 저학년 정도의 딸) 아들이 갑자기 내 망고 젤리를 보더니


"아빠~ 나 저거 먹고 싶어."


라고 애원하듯 말하였고 갑자기 그 아버지는 나에게 대뜸 저희 아들이 그 망고젤리를 먹고 싶어 하는데 우리 애들을 위해서 조금 나눠줄 수 없냐고 물어보았다.


평소라면 아무리 귀한 음식이라도 그렇게 누군가가 먹고 싶어 한다면 많이는 아니어도 1개씩이라도 건넸을 법도 한데 갑자기 꿈속에서 나는 완전히 다른 행동을 한 것이다.


너무 당연한 듯 애원하는 그 아버지에게 단호하게 "죄송한데 그건 힘들겠는데요."라고 말한 것!!! ㄷㄷㄷ


그러자 그 아버지는 정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조금만 주면 안 되겠냐고 나에게 다시 애원을 하였다. 그러더니 급기야 울던 아버지는 나의 망고 젤리 2개를 거의 빼앗다시피 가져가면서 


"죄송하지만 이번만 이해해 주세요."


라고 말하였다. 순식간에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망고젤리를 빼앗긴 나는 꿈속에서 기분이 몹시 불쾌하였다. 그리고 깨어나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왜 이런 꿈을 꾸었는지. 난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또 엄청 비싼 물건도 아니고 고작 망고 젤리 2개일 뿐인데.. 나는 왜 그토록 그 가족에게 망고젤리를 주려하지 않은 것일까.


그러다가 문득 우리  근처 재활용 분리수거앞에 있는  할머니가 떠올랐다. 분리수거를 하러 가면 그곳에 앉아서 다른 할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할머니는 내게


"그 박스 여기 나 줘요."

"그 캔 버릴 거면 나 줘요."


라고 늘 이야기하며 내게 당당하게 재활용 물품들을 요구하였다. 나는 그 할머니가 내심 싫었고 늘 왜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명령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남편에게 투덜대곤 하였다. 그런 일을 자주 겪다 보니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는 그 할머니를 만나면


"이 박스 드릴까요?"


라고 먼저 말하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내 무의식 속에 나도 모르게 그런 간섭 아닌 간섭이 귀찮고 조금 반항심 같은 게 생겼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날 남편에게 들은 "폐지의 1kg당 가격"과 시간당 노동력을 환산했을 때의 시급??? 을 듣고는 그 할머니에 대한 마음이 조금 달라지기는 하였다. 그냥 열심히 드려야겠다는 생각이랄까. 그래봤자 얼마 되지 않겠지만. 휴...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의 이분법적인 구조를 떠나서 내게는 늘 어떤 불리한 위치에 놓인 당당한 사람들에 대한 조금의 거부감도 없지는 않았던 듯하다. 그러니까 종교생활을 할 때도 유난히 자신의 가난함을 강조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왜 굳이 자신의 가난함을 그렇게까지 세뇌시키다시피 강조하는 것인지 꼭 그것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드러내야 하는지 잘 납득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나 만남의 자리에서 상대방이 음식값이나 커피값을 내는 것이 당연한듯한 당당한 태도들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사회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인 이들을 도와주고 제도적으로 그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분명 맞지만 때로 너무 당당한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불편한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닌지 이번 꿈을 통하여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선한 행동과 그 범위에 대하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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