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발생한 구급차 비용이 50만 원??
엄마는 퇴원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도 퇴원을 바랐던 건 나였다. 그만 쉬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하였다. 엄마는 조금씩 호전되어가고 있었지만 아직은 집으로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잠깐 주말에라도 집에 들러 쉬다가 요양병원으로 가고 싶다고 말하였다. 문제는 구급차와 코로나 검사였다. 이 짧은 기간에 코로나 양성이 두 번 연속 나왔고 - 그렇게 며칠 양성 며칠 음성을 반복했기에 요양병원에서는 집에 들렀다가 병원으로 다시 돌아올 경우 꼭 PCR 검사 결과지를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순천향대학교 응급실로 들어올 때 혹시라도 한양대처럼 이 병원에서도 엄마를 받아주지 않으면 어쩔까 조마조마했다. 그런 마음 때문에 순천향대학교 응급실에서 주치의에게
"아산병원 음압병동 입원 3일 차에 음성이 나와서 병원에서는 코로나가 아닐 수도 있다고 했어요."(사실 명확하게 병원에서 그렇게 말을 했던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하였고 응급실에서는 그런 나의 이야기를 모두 기록하였는데 그 기록지를 받아본 요양병원에서는 코로나가 아닐 수도 있으니 자가키트가 아닌 PCR 검사결과지를 가져오라고 말한 것이다. ㅠㅠ
아빠는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주는데 산 사람 소원 하나 못 들어주냐고. 엄마가 주말에라도 집에서 편히 쉬다가 다시 요양병원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주자고 의견을 내놓았다. 엄마도 당연히 집으로 가는 걸로 생각했다. 척추골절로 인해 몸을 움직이지 못한 상황에서는 잠깐의 이동도 무조건 사설 구급차를 불러야 했는데 하필 부모님 집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이었기에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고비) 총 요금비를 추가로 받는 곳이 꽤 있었다. 우리는 여러 사설 구급차 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친절하고 안전하게 안내해 주는 곳으로 매번 전화를 걸었고 그곳에서 구급차를 예약했다. 한번 전화를 하면 휴대폰 번호가 저장되는 시스템인지 업체에서는 내가 전화를 걸면 바로
"아~ 그 3층이요?"
라고 말하며 가끔은 가격도 저렴하게 깎아주었다. 아마 엄마가 입원해 있는 동안 대학병원 진료와 응급실 그리고 엄마가 가끔씩 주말에 집에 머물다 갈 때 사용한 사설 구급차 비용만 해도 몇 백만 원이 되지 않을까. 특히 가장 어이없고 황당했던 사건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의 일화인데.. 그날은 웬일인지 응급실 대기가 너무 오래도록 지연되었고. 아마도 1시간당 5만 원? 8만 원?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의 추가비용이 발생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기다리다가 엄마는 도저히 힘들어서 기다릴 수 없다며 응급실에서 아빠에게 난리 난리를 쳤고 지친 아빠는 또 엄마의 성화에 엄마를 집으로 다시 데리고 되돌아가는 일이 발생했으니..
그렇게 집에 있다가 다시 구급차를 타고 이른 오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돌아오기까지. 아빠의 말에 의하면 구급차 비용만 50만 원??? 정도 결제한 것 같다고.. 맙소사! (되돌아보면 그날 정말 운이 없었던 것이 내가 응급실을 찾았을 때 그리고 이후 엄마가 그곳 응급실에 들렀을 때 이렇게까지 시간이 지연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ㅠ)
그동안 응급실을 전부 내가 모시고 가다가 너무 지치고 또 지쳐서 처음으로 아빠를 보낸 날 결국 이런 사달이 나고 만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난 결심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응급실은 아빠 대신 내가 가야겠다고.. 꼭 중요한 일은 자식이 없을 때 터지곤 하니까. ㅠㅠ 오래된 일이지만 다시 떠올려도 정말 오싹하고 식은땀이 난다. 휴.. 이래도 화병, 저래도 화병이 돋는 나날이었다고 할까.
어찌 됐든지 남편은 엄마가 퇴원하는 날 아내를 픽업하기 위해 병원으로 차를 가지고 온다고 말했고. 난 그날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이제 며칠만 참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을 내보기로 하며 남은 시간을 버텼다. 이제 정말 이곳에서의 생활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홀가분했다. 지옥 같은 이곳에서의 생활도 끝이었다. 일단 다음 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