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들의 하소연
엄마의 병간호를 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들은 다른 보호자들과 대화이다. 신기하게도 내 주변의 모든 보호자들은 아들이 아닌 딸들이었는데. 딸인 그녀들 또한 아들들처럼 직업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승진을 앞둔 은행 직원도 있었으며 각자 다니는 회사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휴가를 쓰고 자신의 엄마를 돌보기 위해 제 발로 병원에 들어왔다.
보통 아들들은 간병인을 고용했고 그 간병인들은 딸들만큼 헌신적이지 않았다. 간병인들은 자신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었고 목욕하고 싶다는 노인을 매몰차게 다그치며 병원에 목욕 의자가 없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사실 병원 샤워실에 가면 목욕의자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 일들을 마주할 때면 왜 딸들이 간병인을 고용하지 않고 직접 병원에 와있지 알 것 같았다.
물론 실제로 부모 간병을 해보니 간병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게 얼마나 고달픈 일인지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월급 400~500만 원으로도 부족한 노동의 혹독함. 그러기에 모질 게 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사정과 마음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내 부모에게 그렇게 대한다고 생각하면 참 서글퍼지는 것 또한 사실이니까.
엄마가 머문 병동에는 주로 투석하는 환자분들이 많았고 보호자들과 종종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지쳐있었다. 딸이 둘이어서 언니와 교대를 하는 집도 있었지만 형제들이 자신에게 모든 걸 맡겨서 여러모로 힘들다고 울분을 토하는 보호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오히려 외동이 낫다고. 형제가 있는데 도와주지 않고 자신에게만 모든 걸 맡기면 얼마나 속 터지는지 아느냐고 토로했다.
엄마의 주치의는 폐에 찼던 물을 아예 씨조차 남기지 않고 말리고 싶었는데 조금 성에 안 차긴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물이 나오지 않으니 곧 호수를 빼주신다고 말씀하였다. 엄마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퇴원이 다가오자 보호자들과의 이별이 왠지 슬프고 더욱 아쉬웠다. 먼저 퇴원을 하는 환자도 있었고 다른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동을 옮기는 환자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며칠 되지 않았지만 그들이 떠난 병실의 빈자리가 왠지 쓸쓸하고 아련하기까지 했다. 왜 그렇게 빈자리들이 허전하던지. 앞으로 건강하라고 잘 지내라고. 말하면서 솟아오르는 눈물을 참느라 애를 써야 했다.
딸들은 언제나 엄마 곁에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는데 그 이야기를 엿듣자면 참 재미있기도 하고 사람 사는 건 비슷비슷하구나 싶어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딸들의 대화, 가끔은 엄마와 다투고, 엄마에게 잔소리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간병을 하던 병원의 딸들.
오늘은 유독 그녀들이 생각난다.
그녀들의 엄마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