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근무시간은 ‘법정근로시간’으로,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에 8시간, 일주일에 총 40시간을 근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을 ‘연장근로시간(시간 외 근로시간)’이라고 말한다.
연장근로는 기본적으로 1주일에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연장근로시간에 대해서는 우리가 야간에 택시를 이용할 때처럼 ‘할증’이 붙는다.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에 대하여 50% 이상 가산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렇듯 일주일에 법정기준으로 가능한 근로시간(40시간)과 연장근로시간(12시간)을 합쳐 ‘주 52시간’으로 부르게 되었다.
주 52시간제가 적용되기 이전에는 일주일 중 평일 40시간 근로에, 평일 연장근로 허용 시간인 12시간, 주말 휴일근로 각 8시간을 더하여, 일주일간 총 68시간 근로가 가능했다.
하지만 2018년 7월 1일부터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고, 일‧생활 균형을 통한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한 근로기준법이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300인 이상 근로사업장 및 국가‧지자체‧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먼저 시행되었으며, 일정 기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점차 소규모 사업장으로까지 확대되어, 2021년 7월 1일부로는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사업장도 주 52시간제를 도입해야 했다. 이는 스타트업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었다.
주 52시간 시행 후 300인 이상의 기업들은 ‘유연근무제’라는 제도를 도입하여 비교적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이는 주 52시간 제도 법안 통과 이전부터 내부적으로 근무제도를 점검하고 준비해온 덕분이었다.
유연근로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 근로시간제’로 구분되며, 고용노동부에서는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를 통해 각각의 유연근로제를 활용 가능한 업종과 직무를 명시해두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 일이 많은 주(일)의 근로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주(일)의 근로시간을 단축하게 함으로써, 일정 기간의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1주 40시간) 내로 맞추는 제도다.
- 유형으로는 2주 이내/ 3개월 이내/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신설) 탄력적 근로시간제로 나눌 수 있다.
①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2주 이내의 단위기간을 평균하여, 1주간 평균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않아야 하며, 특정주에 근로시간이 48시간을 초과해서는 안된다.
② 3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를 통해 ‘대상 근로자의 범위’, ‘단위기간’, ‘근로일 및 근로일별 근로시간’, ‘서면합의 유효기간’을 명시해야 하고, 특정주의 근로시간은 52시간을, 특정일의 근로시간은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③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3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마찬가지로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가 필요하며, ‘대상 근로자의 범위’, ‘단위기간’, ‘단위기간의 주별 근로시간’을 명시해야 하고, 특정주의 근로시간은 52시간을, 특정일의 근로시간은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또한, 3개월 초과 탄력근로제 도입 시,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근로자에게 11시간 이상의 연속 휴식시간 제공이 의무화되었다.
- 성수기/비수기가 나뉘어 있는 업종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 일정기간(1개월 이내,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업무 최대 3개월 이내)의 단위로 정해진 총 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업무의 시작 및 종료시간, 1일의 근로시간을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이다.
- 사용자가 근로시간에 관여하지 않는 ‘완전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일정 시간대에 구속적 지시를 받는 ‘부분 선택적 근로시간제’로 구분할 수 있다.
- 일정기간 내 주 단위 평균 근무 시간이 52시간(기본 40시간+*당사자간 합의 하에 연장 12시간) 이내로 설정한다. 또한, 평균적으로 1주간의 근로시간(야간, 휴일 제외)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라면, 근로자가 특정일이나 특정주의 법정근로시간(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하더라도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재량근로시간제]
-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업무수행의 방법 등을 근로자의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로서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한 것을 보는 제도다.
- 출퇴근 시간을 따로 정하지 않고 근로자의 재량으로 하는 ‘완전 재량근로제’와 ‘부분적 재량근로제’로 구분할 수 있다.
- 또한 부분적 재량근로제의 경우, 출근 또는 퇴근시간 중 하나만을 정해 놓고 그 외 시간을 재량근로의 대상으로 하는 경우와, 전체 업무 수행 시간 중 일부 시간은 당초 소정근로 시간대로 운영하고 나머지는 재량으로 근로하는 부분적 재량근로형태로 나눌 수 있다.
- 현재 재량근로제 실시 요건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1조 및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규정한 업무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의 경우,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바뀌는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법제화되기 약 1년 전부터 내부적으로 제도를 시범 도입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삼성은 현행 법령에 허용된 세 가지 유연근무제도를 최대한 활용하여, 주 단위로 시행하던 출퇴근 유연 근무제도를 월 단위로 확대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고, 개발 부서의 경우에는 재량근로제를, 성수기와 비성수기에 제품 수요가 크게 달라지는 생산 라인에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며 안정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 노력했다.
정부의 ‘주 52시간’ 규제는 물론 대규모 기업들에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선제적 대응이 어려웠던 스타트업 업계는 소위 ‘멘붕’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우선 주 52시간 제로 인해 ‘표준 근로계약서’에 반드시 주당 최대 52시간 근무 가능함을 표기함은 물론, 초과 근로에 따라 수당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고, ‘취업 규칙 변경’및 근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연장, 야간, 휴일 근무수당’을 급여에 반영해야 했다. 또한, 급격한 인건비 상승에 대비한 ‘유연 근로제 도입’ 등 발 빠른 방안을 마련해야 했다.
소규모 사업장의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스타트업과 주 52시간제’ 토론회를 열며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스타트업과 같은 창의적인 노동 환경에서는 제조업과 같이 노동 시간을 기준으로 측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성장이 필요한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주 52시간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에 정부에서도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하여 사용자(사업주)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 시 최장 60시간을 근무할 수 있도록 2022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특별 연장근로를 허용한 바 있다.
특히 IT업계의 경우 그 특성상 주 52시간제 일괄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 그간의 견해였다. 우아한 형제들이 도입했던 ‘주 35시간 근무제’가 매우 이례적인 경우에 속했었다. 그러나 신세계 등 대기업 중에서도 주 35시간제를 시행하는 기업이 생기고, 몇몇 IT기반 기업들이 주 4.5일제 등을 도입하면서 드디어 ‘워라밸’의 시대가 열린 듯 보였다.
가장 최근에는 우아한 형제들이 2022년부터 ‘주 32시간제’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근로시간과 관련한 새로운 돌풍이 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결정은 장시간 업무가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근로시간 단축이 오히려 업무 집중도와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어난 변화에 대해 시장에서는 다양한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공식적으로 휴식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겨서 좋다, 업무가 끝나고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긍정적 의견도 많다. 하지만 오히려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은 수당이 줄어 실질소득이 줄었다는 의견부터, 공식적으로는 52시간이지만 등록되지 않은 근무시간까지 포함하면 변화가 없다, 일을 마치지 못했는데 PC가 꺼져서 불편하다는 의견 등 모두가 근로시간 단축의 수혜자가 되지는 못한 듯 보인다.
“어쨌든 근로시간을 단축시키면 모두에게 좋은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좋은 취지의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도 달라진다. 기업에서는 장시간 노동의 근본적 원인이 업무량에 비해 부족한 인원인지, 내부 소통이나 체계의 문제인지, 지원 부족인지를 파악하여 기업과 근로자 양측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이슈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도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아니라 업종 및 업무 특성을 고려하여, 유연근로제 확대, 계도기간 내 지원 확대 등 적합한 지원을 통해 업무 몰입과 대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업무 환경 구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