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두는 3일에 한번 꼴로 등장하는 우리집 셋째다. 연수가 누나노릇에 지친 어느날 내면의 언두를 태어나게 했다. 언두는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미취학 아동이고, 뭘 물어봐도 모른다고 하는게 특징이다. 발음도 영 또렷해지질 않는다.
"연수야, 책상 밑에 양말 벗어놓은 것 빨래통에 넣어보까?"
"흠....실은데! 나 언두야!"
"언두구나, 언두야, 연수언니 봤어?"
"못봤더! 그리고 연수언니가 공부한다고 안노아주고 연욱이 오빠는 개롭혀"
"언두도 같이 공부하면 되겠다, 그럼"
"그건 안대, 그리고 오빠가 막 개롭혀!"
"엄마가 맨날봐도 오빠가 언두한테 잘해주던데 뭘"
"아냐아냐~!"
언두놀이가 시작되면 난 연욱이 편을 노골적으로 들기때문에(언두 등장은 대부분 연수가 동생을 저격하기 위한 것이다) 언두가 억울해하며 모함을 이어간다.
연수는 첫째이고, 바쁜 나 대신 동생에게 밥을 먹이고, 애착인형을 갖다주는 누나였다. 그러다가 허구헌날 보드게임하다가 고집피우고, 공부할 때와서 자꾸 말을 거는 남동생을, 못된 오빠로 만드는 언두가 나오면 기꺼이 연수를 언두로 대해주곤 한다.
"언두, 지난 번에 연수언니랑 떡볶이 먹어보고싶다더니, 먹었어?"
"못 먹어떠! 언니가 안사줘(이제 자신을 저격하기까지)"
"유치원에서는 이렇게 떼 안쓰지? 친구들한테 양보도 하고?"
"안해안해! 그냥 다 언두꺼!"
"언두, 엄마가 아가여서 예뻐하고 귀엽다고 하고, 언니오빠도 예뻐하니까 이렇게 고집피우면 안된다고 했지요?"
"흥, 고집피우꺼야"
연수는 7살쯤 어려진 자신의 모습을 아주 만족한다. 가끔 보고있으면 모범생들이 30대쯤 되서 "막 살걸 그랬어.."하는 심리랑 비슷한건가 싶기도 하다. 연수는 종종 언두가 되어 (좀 다른 의미지만) 막 사니까 스트레스가 풀리려나.
여튼 어제는 언두가 모기장에 안들어간다고 떼를 쓰는 통에, 모기가 왱하고 돌아다니다가 언두를 콱 문다(호랑이를 넣으면 완벽한 문장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기장 지퍼를 열어주었더니 반대쪽 모기장을 그냥 들어올리고 들어가며 까르르 웃었다. 모기장은 하나의 출입구를 통한 신속한 드나듬이 생명인 곳이다. 구멍이 뚫려서 적이 침입하기 시작하면 하나든 둘이든 큰일이 난다. 그런 모기장에서 아무데나 들어올리고 들어가면 되겠니 서언두!
서언두 어린이는 신나서 개구쟁이 표정을 지으며 모기장안에서 뒹굴거리더니 "엄마 좋아"라고 급작스럽게 고백한 다음 잠이 들었다.
내일 아침이면 5학년 큰 언니로 변신할 우리 딸 잘자렴.